3관왕 이루고도 "내 점수 딱 85점"…독기 품은 최민정 '화려한 귀환'

2025-02-10

“지금 제 점수요? 딱 85점 줄게요!”

돌아온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7·성남시청)이 자신에게 매긴 점수다. 지난 10년간 품어왔던 태극마크를 잠시 반납하고 1년의 휴식기를 보낸 뒤 화려하게 복귀한 최민정은 “예상보다 몸 상태가 빨리 올라왔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 솔직히 나도 놀랐다”면서도 “아직 가다듬을 부분이 많다. 15년 가까이 스케이트를 타면서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음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15점을 채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최민정은 지난 8일과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와 1000m 그리고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휩쓸면서 이번 대회 3관왕으로 등극했다. 지난 1년간의 휴식기를 비웃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앞세워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이란 새 이정표를 세웠다.

최민정은 한국이 자랑하는 쇼트트랙 1인자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만 3개를 수확했고, 아시안게임에선 이번 대회를 포함해 모두 5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또, 지난 10년간 세계선수권 시상대 꼭대기에는 16차례나 올라갔을 정도로 경력에선 따라올 자가 없다.

이처럼 늘 정상의 위치만을 지키던 최민정은 2023년 3월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돌연 태극마크 반납을 선언했다. 2014년 처음 국가대표가 됐으니 정확히 10년 만의 안식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잠시 재충전하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최민정은 “휴식기는 내게 터닝 포인트와 같았다. 태극마크 반납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쉼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어렵게 결정했다”면서 “쉬는 동안 정신적인 회복과 신체적인 회복을 충분히 마쳤다. 또, 장비도 여러 차례 교체하고 혼자 자유롭게 훈련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기본기를 많이 가다듬었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최민정은 외출과 외박의 존재를 잊은 채 지내왔다. 시즌 중에는 밥 먹듯이 비행기를 탔고, 국내에서도 진천선수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휴식기 동안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과 여행도 다니면서 지친 심신을 달랬다. 또, 반려견인 옹심이와도 함께하며 스트레스 없는 1년을 즐겼다. 하얼빈으로 떠나면서도 옹심이를 공항까지 데려온 최민정은 “사색하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마음의 여유도 많이 되찾았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경쟁해오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에는 스스로의 짐을 덜어내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두려울 것 없는 최민정이었지만, 복귀를 앞두고는 여느 선수처럼 두려움이 앞섰다. 실전 감각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최민정을 짓눌렀다. 그러나 최민정은 최민정답게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1차 대회를 통해 돌아와 점차 기량을 되찾았고, 마침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쇼트트랙 여제의 귀환을 알렸다.

여자 선수 3관왕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활짝 웃은 최민정은 “주력 종목이 아닌 500m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앞으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개를 수확하고 내년 동계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경험이 풍부한 최민정이 단연 선봉장으로 꼽힌다.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의 힘은 결국 선수들에게서 나온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독기를 품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자세에서 금메달이 일궈진다고 본다”면서 “동계올림픽에선 중국은 물론 캐나다와 네덜란드, 헝가리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야 한다. 이들을 넘어서기 위해선 결국 나 스스로가 완벽해져야 한다. 남은 1년간 동료들과 치열하게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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