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 해수면 상승, 갯벌이 못 따라간다

2025-11-22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북해 연안, 특히 와든해(Wadden Sea)와 같은 저지대 해안 지역의 갯벌이 더 이상 충분한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해저에 쌓이는 퇴적물이 해수면 상승을 상쇄해 왔지만, 이제는 바다 높이가 갯벌 바닥이 높아지는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헬름홀츠 해안시스템분석·모델링연구소(Institute for Coastal Systems Analysis & Modeling)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저널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해 갯벌은 여전히 본토와 연안 섬을 연결하고, 밀물·썰물에 따라 물과 퇴적물을 주고받으며 해안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조정 능력이 최근 수십 년 사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수심·해저지형 자료를 바탕으로 독일 북해 연안의 24개 조석 분지를 분석했다. 지구물리학자이자 공동 저자인 원옌 장(Dr. Wanyen Zhang)은 “독일 조석 분지의 퇴적물 축적만으로는 더 이상 해수면 상승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분석 결과, 1998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분지 가운데 상대적인 해수면 상승률보다 더 빠르게 높이가 증가한 곳은 9곳에 그쳤다. 특히 최근 10년만 떼어 놓고 보면 이런 분지는 4곳으로 더 줄어, 상당수 갯벌이 이미 해수면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현재 상황을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과학계가 갯벌 높이 변화를 과대평가해 왔을 가능성도 짚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측정 기법과 도구를 통해 구축된 장기 수심·지형 자료를 재검토한 결과, 조석 개울이나 수로 같은 소규모 지형 구조가 측정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생략되거나 평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장 박사는 “이 같은 오류 때문에 조석대(갯벌)에서의 퇴적물 축적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반대로 더 깊은 지역에서의 침식은 과소평가되는 왜곡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데이터를 정리·보정하고 추정치를 다시 계산한 결과,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우려스럽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연구는 과학계가 이전에 가정해 온 것보다 훨씬 더 명확하고도 걱정스러운 그림을 보여준다”며 “이에 따라 해안 보호와 기후 적응을 위한 현재와 미래의 정책·대책은 훨씬 더 포괄적이고 야심차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히런(Hereon) 연구진이 개발한 분석 방법은 단지 북해 연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해안 지역의 기후 영향 평가와 관리 전략 수립에도 적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제시된다. 지구과학 관련 시계열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평가하고, 장기 변화를 더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와든해에서 퇴적물 축적 능력이 떨어진 구체적 원인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장 박사는 “해수면 상승의 가속화뿐 아니라, 생태계 교란, 하천 퇴적물 공급 감소, 항만 건설을 비롯한 인간 활동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앞으로 해안 보호 전략을 짜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안 저지대가 밀물 때마다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에 다시 드러나는 와든해는 그동안 ‘자연이 만든 방파제’로 불리며 북해 연안 국가들의 중요한 완충 지대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이러한 자연 방어막이 기후 위기의 속도를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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