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선] 첨단산업 육성이지 금산분리 완화 아니다

2025-11-25

투자 시기 놓치면 따라잡기 어려워

법 개정 서둘러 자금 조달 길 열어야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금산분리 완화라는 프레임에 걸려서 논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 쟁점이 메인이 아니고 첨단산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한 특례를 규정하는 법제를 두자는 주장일 뿐이다. 산업이 은행을 지배하거나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도록 허용하자는 게 아니다.

삼성 이재용 회장과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그리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 회장이 만난 한 치킨 프랜차이즈가 유명해질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산업은 중요하다. 작년 반도체 사이클이 나쁜 상황에서 우리나라 법인세 세수에 문제가 발생하였다가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인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가 2조9827억원, SK하이닉스는 4조3534억원이 증가함에 따라 법인세 세수도 늘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산업은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한다. AI를 위한 HBM 생산을 우리가 주도하고 있고 엔비디아의 GPU도 우리의 반도체가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크리스 밀러 교수의 ‘반도체 전쟁(Chip War)’이라는 저서에서 반도체 경쟁력의 차이가 미국과 러시아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행정부 2기까지 이어지는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핵심 관점은 반도체 산업 부흥이다. 미국은 엔비디아나 AMD와 같은 회사가 있지만 인텔이 시장지배력을 상실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한국 회사들의 비중이 크고, 파운드리의 경우에는 대만 TSMC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반도체 분야 장악력은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에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기대주 ‘갤싱어’도 인텔을 살리지 못했지만, 칩스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제정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미국 제조업 부활의 핵심이 반도체 산업임을 보여 주었다. 이와 같은 법제의 필요성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한 번에 거액의 투자가 요구되고, 수익은 기간을 나누어 회수된다. AI 서비스를 위해서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와 인프라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드웨어의 핵심은 반도체이고 인프라의 핵심은 전력산업이다. 우리는 반도체에 강점이 있고, 인프라와 관련해서 원자력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에너지 비용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AI 산업이건 반도체 산업이건 모두 세대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첨단산업 특징 중 하나가 한 번 밀리게 되면 즉, 투자의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를 따라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적기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수단의 제공이 중요하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반도체 회사가 스스로 반도체에 대해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금융 수단을 제공할 수 있어야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도체특별법’이나 ‘국가첨단전략산업육성법’과 같은 법률을 개정하여 AI, 반도체 산업, 이차전지 산업 등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첨단산업 영역에서 금융 수단으로, 이들 산업을 수행하는 회사가 GP(업무집행파트너)가 되고, 이에 재무적으로 참여하여 자금을 대는 사업자들(Limited Partner)을 참여시키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GP의 목적은 계열사 투자가 아니라, ‘스타게이트’와 같은 대형 첨단산업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통한 해당 전략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첨단산업 성장을 위해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던 비전펀드 사례 등이 참고가 될 수 있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육성법’ 개정을 통해 국민성장펀드 프로젝트 인가받은 사업에 대해 공동출자를 허용함으로써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에 신속한 자금 조달을 통한 공장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에 비추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국민주권정부는 AI 산업과 반도체 산업 등 국가첨단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신속한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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