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은 560달러(약 79만원), 주택 및 차량 소유.”
최근 중국 충칭의 인민공원에서 열린 ‘샹친자오(相亲角·결혼장터)’에 나온 한 여성의 프로필이다. 그리고 이 여성의 ‘부모’가 내건 딸의 배우자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29세 이하, 키 173cm 미만, 몸무게 약 66kg, 나쁜 습관은 없을 것.”
“모든 신체적 조건을 충족하고, 문신이 없고 대학을 졸업했다”는 또 다른 남성의 부모는 아들의 배우자 조건을 이렇게 제시했다. “너무 뚱뚱하지 않아야 한다.”
샹친자오는 중국의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 감을 대신 찾아 나서는 결혼 장터다. 부모들은 자녀의 나이, 키, 직업, 학력, 원하는 배우자 조건 등을 자필로 쓰거나 인쇄해서 우산이나 벽, 바닥에 붙여둔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상대의 ‘부모’를 만나면 위챗(중국 메신저) 아이디를 교환한다.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자녀들 대신 부모들이 대신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결혼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의 괴리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소로서의 샹친자오를 조명했다.

자녀들, 결혼 관심도 ↓·부모가 노력…매칭 성공률 낮아
WSJ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혼인 등록을 한 부부는 전년 대비 약 21% 감소한 610만 쌍이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WSJ는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도 높고 사회적 지원도 더 많이 받은 젊은 세대는 자신이 생각하는 배우자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차라리 결혼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충칭에서 자원봉사로 중매를 하고 있는 노년 여성 ‘가오’는 자신이 샹친자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를 이해시키는 데 쓴다고 말했다. 가오는 “우리 세대는 (결혼할 때) 많은 것을 참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왜 내가 타협해야 하지?’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여전히 자녀의 결혼을 간절히 바란다고 한다. 주말마다 샹친자오가 은퇴한 뒤 자녀의 배우자 감을 찾으러 나온 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것이 그런 사실을 방증한다고 WSJ는 전했다.
간혹 본인이 직접 배우자를 찾으러 나온 경우도 있다. 키 약 173cm에 주택 및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연봉이 약 1만 7000달러(약 2427만원)라는 36세 남성 황웨이밍은 “마른 체형에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고 싶다”며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도 알아봤지만, 약 3000달러(약 428만원)에 달하는 중매 패키지 가격이 부담돼 (샹친자오에) 한 번 와 봤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샹친자오의 커플 매칭 성공률은 낮은 편이라고 한다. WSJ는 “은퇴 후 사교 활동을 하기 위해 샹친자오를 찾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