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 코인은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 가상자산이 지닌 급격한 가격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으며, 미국 달러(USD), 유로(EUR), 금 등 안정적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안정성을 추구한다. 스테이블 코인이 특정 자산과 '가치를 연동시킨다'는 것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을 미국 달러나 금과 같은 실제 자산의 가치에 맞춰 항상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설계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1개의 테더(USDT)는 항상 1달러 가치로 유지되며, 이를 위해 발행사는 실제 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하거나 안정적 자산에 투자해 신뢰를 뒷받침한다. 만약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면, 발행사가 매수·매도 조정을 통해 다시 목표 가격으로 맞춘다.
쉽게 비유하면, 놀이공원에서 사용하는 1000원짜리 쿠폰처럼,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세상 안에서 실제 달러와 같은 가치를 갖도록 만든 '디지털 달러 쿠폰'과 같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복잡한 환전이나 실물 화폐를 다루지 않고도, 디지털 환경에서 안정된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뿐 아니라 글로벌 결제, 송금, 탈중앙화 금융(DeFi)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17~2018년 시장 급등락기를 거치며 안정적 디지털 화폐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고,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금융의 필수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스테이블 코인은 거래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한편, 디지털 경제에서 핵심 결제 수단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거래쌍(Trading Pair)'을 통해 가상자산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하면서, 기존 법정화폐 기반 거래의 한계를 극복했다. 거래쌍은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어떤 자산을 어떤 통화(또는 다른 자산)로 교환하는지를 나타내는 조합을 뜻한다. 예를 들어 BTC/USDT 거래쌍은 USDT(테더)로 BTC(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것을 의미하며, 앞의 자산은 매매 대상, 뒤의 자산은 결제 수단이 된다.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은 대출, 예치, 유동성 공급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되며, 고인플레이션 국가에서는 실질적 디지털 달러로 기능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사례를 들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 가치가 붕괴해 사실상 '달러 경제'가 자리 잡았지만, 달러 현찰을 직접 보관·거래하는 데에는 여러 문제가 따른다. 우선 현찰 유통이 위험하고, 물리적 보관이 어렵고, 정부의 외환 통제 때문에 공식 금융 시스템을 통해 달러를 자유롭게 이용하기도 힘들다.
반면,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예: USDT)을 사용하면 모바일 지갑만으로 안전하게 저장하고 송금할 수 있으며, 정부의 강제 환전 규제를 피해 실질적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실제 달러 현찰보다 스테이블 코인이 더 유용한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디지털화된 달러가 아니라, 접근성과 안전성, 규제 회피성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셈이다.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2025년 4월 현재 약 24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테더(USDT)와 USD코인(USDC)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이(DAI)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모델도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처럼 글로벌 디지털 결제, 디파이, 웹3(Web3) 기반 서비스 성장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