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와 사야는 한국에 사는 30대 여성이자 자매다. 동생 사야가 “이번엔 진짜야, 진짜 이번 한 번만 도와줘” 말하면 언니 사라는 한숨을 쉬며 돈을 송금한다.
“한없이 연장만 되는 비정규직에 머물”며 적당히 만족하고, 커피값 1500원을 아끼며 사는 사라와 “가족은 하나. 가족의 돈은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기쁨과 소비에 집중하며 사는 사야는 너무 다르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한국사회에서, 정반대로 살아가는 둘이 자매라는 연(緣)으로 엮여버렸다.
지난 4일 제26회 이효석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희주(33) 작가의 단편소설 ‘사과와 링고(りんご, 한국어로 사과)’는 사라와 사야 자매의 이야기다. 사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모이지 않는 저축액 속에서도 사랑하는 뮤지컬을 꼭 챙겨보며 “살아갈 힘”을 얻는 사라가 사야의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탓하다 못해 직접 파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효석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가족관계 내에서 K-장녀의 위치, 현대 젊은 여성들의 삶과 감성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설은 민음사의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4, 5월호(사진)에 발표됐다. 지난 7일 중앙일보에서 만난 그는 “‘사과와 링고’는 지난해 8월 처음 구상한 작품”이라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타인인 가족을 통해, ‘어쨌든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효석문학상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 이희주 작가가 쓴 두 단편소설 ‘사과와 링고’와 ‘최애의 아이’가 함께 본선에 올랐다. ‘최애의 아이’는 아이돌 정자 공여 시술이 상용화된 시대,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설정 속에서 여성의 욕망과 좌절을 다룬 작품이다.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이희주는 아이돌의 팬을 주인공으로 세워 동시대 팬덤의 문법을 구체적으로 담은 장편소설 『환상통』(2016)으로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성소년』(2021), 『나의 천사』(2024),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2024) 등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 온 9년 차 작가다. 『성소년』은 지난해 대형출판사인 미국의 하퍼콜린스와 영국의 팬 맥밀런에 각각 1억원대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판권이 팔렸다.
사랑의 이면까지 들추어내는 글을 써 온 그는 ‘최애 아이돌’을 납치하는 이야기는 물론(『성소년』), ‘아름다움’이 노골적인 권력이 된 시대를 그리고(『나의 천사』), 유령을 욕망하는 소년(『횡단보도에서…』)을 주인공으로 세우기도 한다. 『환상통』 속 인터뷰 제목으로 쓰인 ‘아름답고, 이상하고, 논쟁적인’이란 말은 그의 작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다.
그는 자매의 욕망과 불행이 뒤얽힌 이야기인 ‘사과와 링고’ 속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서 “현실의 인물들이 가진 복잡성을 외면하지 않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