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왕실에서 남성 왕족이 성년이 되면 거행하는 성년식이 지난 6일 40년 만에 열렸다. 왕실 내 남성 부족 및 고령화에 따른 기현상으로, 일본 내에선 왕위 계승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성년식 주인공은 올해 만 19세가 된 히사히토 왕자다. 2006년 9월6일생. 일본 왕실은 본디 만 18세가 되면 성년식을 거행하나, 히사히토 왕자는 학업 등을 이유로 1년 미뤘다.
7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히사히토 왕자는 성년식 당일인 전날 도쿄 고쿄(황거)에서 성년용 전통 의복을 입고 나루히토 천황(일왕)이 하사한 관을 쓰는 의식을 치렀다. 이후 의장 마차를 타고 왕실 조상을 모신 고쿄 내 건물로 이동해 배례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년 황족으로서의 자각을 갖고, 황실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왕실에서 성년식이 열린 것은 40년 만이다. 성년식이 마지막으로 열린 건 히사히토 왕자의 아버지이자 나루히토 현 천황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60)가 성년을 맞은 1985년이었다.
히사히토 왕자는 사실상 다음 왕위 계승자로 거론된다. 후미히토 왕세제 다음인 2순위이지만, 나이를 고려할 때 실질적 계승은 히사히토에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왕실 전체적으로 봐도 왕위 계승이 가능한 남성은 아키히토 전 천황의 동생이자 나루히토 현 천황의 삼촌인 마사히토 친왕(90)까지 셋뿐이다.
히사히토가 결혼 후 남자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엔 성년식을 치를 남성 왕족이 사라지게 된다. AP통신은 “일본 현지에서는 히사히토가 (성년식을 치르는) 마지막 왕족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남성만 허용하는 왕위 계승 제도와 줄어드는 왕족 숫자 때문”이라고 짚었다.
돌아보면 히사히토는 출생부터 왕위 계승 방안 논의와 연결돼 있었다. 1947년 제정된 ‘황실전범’은 아버지 쪽이 왕족인 남성의 경우에만 왕위 계승이 가능하다는 ‘부계 남성’ 천황을 원칙으로 삼아 계승권자 부족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이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인 2005년 일본 정부는 여성 천황 허용 방안을 마련했으나, 히사히토 왕자가 이듬해 태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금도 왕위 계승 방안 개편 논쟁은 진행 중이다. 아버지가 왕족인 ‘부계 여성’ 천황 뿐만 아니라, 어머니 쪽이 왕족인 자녀도 천황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모계 천황’ 주장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장래 안정된 왕위 계승을 실현하기 위한 논의를 깊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