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규칙'만을 사용했을 뿐인데 '발라트로' 청소년 이용불가 논란

2025-03-24

2024년 혜성처럼 등장한 '발라트로'

단순한 덱 빌딩 게임인 발라트로가 도박?

게임의 사행성 모사 기준, 낮춰야 할 때

[디지털포스트(PC사랑)=나스]

2024년 2월 온라임 게임 판매 플랫폼인 STEAM에 '발라트로'라는 게임이 등장한다. 이 게임은 캐나다의 1인 개발자 'LocalThunk'가 제작한 인디 게임으로, 1인 개발자의 인디게임이 그러하듯 별다른 홍보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3일 만에 25만 장, 한 달 만에 1000만 장을 판매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심지어 2024년 The games award에서 인디 신작, 최고의 인디게임, 최고의 모바일 게임상을 수상하여 3관왕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발라트로의 게임, 포커 카드와 규칙만을 사용

발라트로는 라틴어로 '광대' 즉 '조커'를 의미한다. 이 게임은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52장의 포커 카드를 그대로 사용하며, 그중 5장 내에서 일정한 족보(하이카드, 원페어, 투페어 등)를 만들어 점수를 얻는다. 점수는 카드 숫자에 족보의 배수를 곱한 값으로 계산되며,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간다.

​계속 일정 점수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조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단계를 끝날 때마다 상점에서 게임플레이나 점수 득점에 유리한 조커를 구매할 수 있다. 또한 52장의 카드를 변형하여 높은 점수를 얻게 하거나, 낮은 랭크의 카드를 제외하는 등의 플레이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계속 높은 점수를 유지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단순한 덱 빌딩 게임인 발라트로가 도박?

'발라트로'는 앞서 설명한 대로 도박 요소가 거의 없다. 포커 룰을 기반으로 족보를 만들어야 하지만, 상대의 경쟁이나 배팅 요소는 전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특정 족보를 만들기 위해 카드를 변형하고, 그에 맞는 조커를 구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즉, 이 게임은 덱 빌딩(Deck Building) 게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에 얻은 조커가 '플러시'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한다면, 특정 문양의 카드를 제외하고 플러시를 만들기 쉽게 만들거나, 스페이드와 클로버, 하트와 다이아를 같은 문양으로 간주하는 조커를 추가로 구비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플레이어는 점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조커와 카드 변형을 활용해야 한다.

제각각의 등급 분류를 받은 발라트로

발라트로는 한국 PC버전 기준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는 사실 발라트로에 대한 청소년 이용불가는 한국뿐만이 아니었는데, 유럽의 등급분류를 담당하는 PEGI 역시 처음에는 3세 이상 등급을 부여했으나, 도박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18세로 등급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반면, 모바일 버전은 구글에서 전체 이용가, 애플에서는 12세 이용가로 분류 받았다.

​이에 대해 같은 게임에 대해 PC와 모바일의 등급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었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모바일 버전도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발라트로의 청소년 이용불가는 온당한가?

'발라트로'는 앞서 설명한 대로 타인과 겨루는 게임도 아니고, 배팅의 개념도 없는 게임이다. 포커에서 사용되는 용어(스몰블라인드, 빅블라인드)와 포커 족보만을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개발자인 LocalThunk는 도박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도박과 관련된 요소로 판단하여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부여한 것일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산업법 제21조(등급분류)에 따라 게임의 등급을 분류한다. 하지만 게임산업법에서는 세부적인 등급 분류 기준을 모두 규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게임산업법 시행령과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규정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규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행성에 따른 게임 분류기준은 다음과 같다.

제12조 (사행행위 등 모사 기준)

1. 전체이용가: 사행행위 모사가 없거나 사행심 유발 정도가 현저히 약하여 청소년에게 문제가 없는 경우 <개정 2024. 2. 29.>

2. 12세이용가: 사행행위 모사 및 사행심 유발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로서 게임의 내용 중 일부에서 사행행위 모사 표현이 있으나 이용자의 참여가 불가능한 경우 <개정 2024. 2. 29.>

3. 15세이용가: 사행행위 모사 및 사행성 유발의 정도가 제한적인 경우로서 게임의 내용 중 일부에서 사행행위 모사 표현이 있고 이용자의 참여가 가능한 경우 <개정 2024. 2. 29.>

4. 청소년이용불가: 사행행위 모사가 구체적이고 사행심 유발의 정도가 과도한 경우 <개정 2024. 2. 29.>

가. 게임의 주된 내용이 사실적인 사행행위 모사에 해당하는 경우

나. 유료 재화(유료 결제를 통해 얻은 가상 재화 등 현금과 유사한 가치를 지니는 것)를 이용하여 이용자 간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게임 시스템 등이 존재하는 경우

비록 '발라트로'에는 상대와의 경쟁 요소가 없지만, 게임의 컨셉상 도박 테이블을 연상시키는 배경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포커 족보를 활용함으로써 사행 행위를 모방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포커 족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사행 행위를 구체적으로 모사한다고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즉, '사행 행위 모사'라는 표현이 모든 규제 기준을 포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게임의 본질적 요소와 규제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이를 명확히 정의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발라트로'의 등급분류 사례는 게임 산업 내에서 보다 명확하고 일관된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엄격한 사행 행위 규정의 배경

우리나라에서 사행행위 규정이 엄격해진 이유는 2000년대 초반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로 사행성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강화된 것에서 비롯된다. 그 이후, 직접 배팅을 모사하는 웹보드 게임에도 여전히 구매 한도 제한이 적용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웹보드 게임 역시 사이버 머니로 진행될 뿐 실제 재산을 얻거나 잃는 것이 아니므로, 그 자체로 도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구매 한도 제한 등의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엄격한 사행행위 규제가 적용되는 배경에는 '관문 이론'이 있다. 이는 도박성이나 사행성이 약한 게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박에 대한 관심을 일으켜, 결국 더 강한 도박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이론이다. 즉, 포커의 족보나 규칙을 배우면 실제 도박에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러한 이론이 사실이라고 명확히 증명된 바는 없다.

게임의 사행성 모사 기준, 낮춰야 할 때

물론 도박 자체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도박은 노동을 통한 건강한 사회적 가치관을 해치며, 한탕주의 유혹이 국가와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도박 중독은 심각한 문제로, 개인적인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사행성 모사'라는 애매한 표현만으로 포커 족보를 활용하고 포커 테이블과 유사한 분위기를 조성한 게임까지 모두 청소년 이용불가로 규정하는 것은 2025년 현재의 법 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행성 모사'라는 개념 외에,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포커 룰을 어린 시절에 익히면, 도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보다 도박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모든 요소를 차단하려는 접근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에서 무엇이 허용되어야 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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