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인수된 후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기존 사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명 변경을 통한 표면적인 이미지 개선보다는 ‘정면돌파’를 통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기존 사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남양’이라는 이름은 오너인 홍원식 전 회장의 본관이 ‘남양 홍’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올해 초 최대주주가 변경됨에 따라 사명 변경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한앤코는 이와 다른 선택을 했다.
남양유업의 역사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홍두영 고(故) 명예회장이 남양유업을 창업했고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분유업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이후 홍 고 명예회장의 장남인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2013년 대리점에 ‘물량 물어내기’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거나 비인기 상품을 강매한 관행이 알려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다 2021년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결국 홍 전 회장은 2021년 4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직접 사과 입장을 전하면서 현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홍 전 회장은 보유 지분을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소송전으로 치달은 경영권 분쟁은 3년 만인 올해 초에 종결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원심판결(원부 전부 승)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말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했다.
이를 통해 남양유업 이사회가 한앤코 출신 임원으로 채워졌다. 현재 남양유업 이사회에 합류한 한앤코 출신 임원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윤여을 한앤코 회장,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 등이다.
특히 윤 회장은 소니뮤직 코리아의 전신인 CBS 레코드 한국지사를 세우고 20년 동안 소니코리아를 이끈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6년 만에 인수가 2배 이상으로 매각한 웅진식품은 그가 맡았던 대표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다.
배 부사장은 모건스탠리 아시아 PE에서 투자업무를 맡은 뒤 한앤코에 합류했다. 10년 넘게 한앤코에 몸담으며 포트폴리오 기업경영에 참여 중이다. 이 부사장 또한 10년 이상 한앤코에서 투자집행과 투자대상회사의 경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베테랑으로 꼽힌다.
이들은 남양유업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주요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남양유업의 사명 변경을 통한 표면적 변화보다는 이전에 이뤄진 ‘오너가 경영’을 떼어낸 본질적인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국야쿠르트가 사업영역 확장을 목적으로 사명을 ‘hy’로 변경했듯이 남양유업도 ‘NY’와 같은 형태로 변할 것이라는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앤코 측은 이보다는 정면돌파 전략을 취하면서 사명 변경보다는 보유 브랜드의 이미지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사명 변경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했지만 사명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며 “향후 전략에 따라 재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현 사명을 유지할 방침”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