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 대선후보, 선거 비용 3억원 플러스 알파
선관위 지원 받지만 공보물·유세비용은 부담
돈 들지만 인지도 올리고 후원금 받을 수도
“엄마, 대통령 후보가 왜 이렇게 많아? 이 아저씨는 될 거라고 생각하고 나온 거야?”
A씨는 최근 아파트 담벼락에 붙은 대선후보 벽보를 바라보던 초등학생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음, 후보로 나서면 나라에서 온 마을에 이렇게 벽보를 붙여주니까 그걸로 이익보는 게 있지 않을까?”라고 대답하면서도 A씨는 ‘아이의 말마따나 대선 때마다 당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후보들이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은 얼마나 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 마을에 붙는 선거 벽보…세금으로 지원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등록한 대선후보는 선관위로부터 일부 항목을 지원받는다. 그 중 하나가 선거 벽보다. 대선후보가 되면 나랏돈으로 후보 개인의 사진과 이력을 전국 방방곡곡에 내거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선거 벽보를 훼손하면 처벌되기까지 하니 선관위의 감시와 보호 아래 자신을 알리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에 나서는 기회를 갖게 된다. 위원회는 유력 주자들의 토론회 말고 군소정당 후보 토론회를 별도로 개최한다. 관련 비용 일체는 위원회에서 부담한다.
선거공보물은 후보 개인 비용으로 제작해야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공보물은 선관위가 제작해준다. 후보의 선거공보물을 각 세대에게 발송하는 우편 비용도 선관위가 부담한다.

◆10% 득표 못하면 기탁금 3억원 국고 귀속
이러한 서비스가 엄밀히 말해 완전 공짜는 아니다. 대선후보로 등록하려면 기탁금 3억원을 내야 한다.
본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기탁금 전액을 돌려주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도 전액 보전해주지만, 10% 미만이면 기탁금 전액이 국고로 귀속되고 선거비용도 일체 보전받지 못한다. 10∼15% 사이를 얻으면 기탁금도 절반, 선거비용도 절반만 돌려받는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경우 선거 완주 시 10%를 넘느냐 마느냐에 따라 수억원의 손실 여부가 갈린다. 단일화로 중도 하차하면 지금까지 쓴 비용을 전부 포기해야 한다.

큰 비용이 드는 유세차와 현수막, 선거운동원 인건비, 각종 물품비 등은 일단 후보 측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력 후보들은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유세차를 보내고 선거운동원이 뛰지만, 군소후보는 선관위가 붙여주는 벽보 외에는 눈에 띄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 세대에 보내는 선거공보물도 후보 측이 제작해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는 의무 사항으로 전과, 병역, 세금납부 현황 등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이 취소된다. 유력 후보의 경우 16페이지를 꽉 채워 제작하곤 하지만, 군소후보 중에는 A4 용지 1장이나 아니면 그 절반 크기로 제작해 형식만 갖춘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비용을 줄여도 1000만장 이상 제작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하다.
◆군소후보, 왜 출마하나
군소 대선후보의 경우 기탁금 3억원 + 수천만원을 보통 지출하게 된다. 득표율이 낮을 경우 주요 정당 후보들보다도 돈을 더 쓰게 될 수도 있다.
21대 대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100% 보전’,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득표율 10% 넘으면 절반, 10% 미만 보전 없음)는 ‘불확실’, 나머지 민주노동당 권영국∙무소속 황교안∙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당이나 후보 개인의 자비(自費) 지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 때 군소후보로 나섰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37%, 진보당 김재연 후보 0.11%, 국가경영당 허경영 후보 0.83%, 우리공화당 조원진 후보 0.07%, 기본소득당 오준호∙한류연합당 김민찬 후보 0.05%, 통일한국당 이경희 후보 0.03%, 노동당 이백윤∙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0.02%, 새누리당 옥은호 후보 0.01%를 득표했다. 이들 모두 기탁금과 선거 비용 전액을 당이나 후보 개인이 부담해야 했다.
이런 부담을 지고도 군소후보들은 자신의 브랜드와 인지도를 올려 정치 활동 기반을 구축하거나 후원금을 유치하고, 수익 활동으로 연결하려는 목적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소득이나 환경 문제 등 특정 의제나 캠페인을 알리는 차원에서 강한 신념을 갖고 출마하는 사례들도 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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