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비공표 여론조사 결과 받은 정황 확인
대통령 취임식 전날 명씨에 전화 걸어 ‘2분30여초’
40분 뒤 김건희 여사 “잘될 거예요” 명씨와 통화
명씨, 텔레그램으로 “여론조사 결과, 보안 부탁”
윤 대통령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야냐?” 답신 보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의 소위 ‘황금폰’이 검찰 손에 들어가면서 윤 대통령이 2022년 6·1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KBS 등은 23일 검찰이 명태균 씨가 제출한 ‘황금폰’ 등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에서 윤 대통령과 명씨 간에 이뤄진 통화 녹음의 원본 파일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9일 총 2분30여초 분량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는데 뭐 그렇게 말이 많네”라며 “내가 윤상현한테도 (말을) 하고”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가 “그런데 윤한홍 ·권성동 의원이 (김 전 의원 공천이) 불편한가 봐요”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나한테 특별한 얘기 안 하던데”라며 “알았어요. 내가 윤상현한테 한번 더 이야기할게.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통화는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전화를 걸면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0월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음성 파일의 전체본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당시 민주당이 공개한 파일에는 윤 대통령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통화 내용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윤 의원이 해명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녹취 일부를 공개한 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공천을 줘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저는 당의 공천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명씨와 연락을 끊었고, 취임식 전날 윤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걸려온 축하 전화를 받던 중에 명씨의 전화도 받게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의원 역시 지난 10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공관위에서 (공천 자료를) 가져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건희 여사와 명씨 사이 통화 내용도 처음 공개됐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약 40분 뒤 김 여사는 명씨에게 전화해 “당선인이 지금 (누군가에게) 전화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는 “권성동하고 윤한홍이 반대하잖아요. 그렇죠”라며 “너무 걱정마세요. 잘될 거예요. 잘될 거니까 지켜보시죠”라고 말했다. 명씨는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경선 당시인 2021년 10월 명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비공표 여론 조사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적이 없다던 명씨의 주장도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명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비공표 조사여서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이 응답자들 나중에) 홍준표한테 가는 거 아냐?”라고 했다.
시민단체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김 전 의원 등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현재 창원지검이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