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료가 기업인 오너 추천했다고 밝혀 논란 예상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해서는 ‘악마화’한다며 억울함 호소
대한체육회장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기흥 회장이 정부 고위 관료의 불출마 제안이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기흥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서 “파리 올림픽을 마치고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다른 분야서 일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3선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 ‘규정에도 못 하게 돼 있지 않냐’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이건 못하는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심사를 거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분은 회장직을 2번만 하면 못 하는걸로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기흥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정부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돼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특정인을 언급하며 현 회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자율성 침해에 해당된다.
이 회장은 해당 발언의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니다. 고위직의 관료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전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기업인 오너를 대신 추천했다.
이에 이기흥 회장은 “다 좋은데 재벌은 아닌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회장은 체육회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 지금은 생활체육회까지 통합돼 더욱 전념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역제의를 했고, 2027 충청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장을 맡으신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추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다른 한 분도 훌륭한 분인데, 현업에 계셔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며 “이 분들이 하려고 한다면 나서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쪽에서 따로 내정한 후보가 있다는 발언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 분들끼리는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이 됐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를 통해 수장에 오른 뒤 올해 두 번째 임기 종료를 앞둔 이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다만 3선 도전 의지를 피력한 이기흥 회장을 향한 여론이 좋지 못하다. 이 회장은 체육회를 사유화한다는 비판 속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현재 이 회장은 정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체육회를 조사해 업무방해와 금품 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이 회장 등 8명을 수사 의뢰했다. 또 경찰은 지난 18일 체육회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와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서 자신을 둘러 싼 논란과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나를 악마화하나’라는 생각 안 가질 수 없었다. 집사람도 애들도 난리다. 옆집 사람들 보기에도 부끄럽다”고 전했다.
‘털어도 나오는 게 없는데 국가가 왜 압박을 하는지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라는 취재진의 질의에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나도 그만하려 했었다.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며 각종 의혹들에 대해 끝까지 결백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