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이 될 에어 조던 9 '올리브'

2024-11-13

에어 조던 9이 출시되었던 1993년 말, 농구의 본고장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지만 대한민국 또한 NBA, 마이클 조던, 에어 조던, 농구대잔치, 마지막 승부 등 농구 열기가 최고로 뜨거웠던 시기였다. 당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운동장에 축구하는 아이들보다 농구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면 믿겠는가? 많은 학교가 급하게 농구 골대를 증설하기도 했으니 정말 다시는 오지 않을 국내 농구붐이었다. 그렇다면 역사상 농구가 가장 뜨겁고 멋있던 시절의 에어 조던은 어땠을까?

조던 등산화?

에어 조던 3, 4, 5, 6, 7, 8에 이어 에어 조던 9 역시 전설적인 신발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가 맡았다. 팅커가 디자인한 에어 조던 시리즈는 매년 조금씩 변화하며 완성되어 가는 패밀리 룩을 고수했는데, 에어 조던 9의 디자인은 다소 충격적인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농구와 농구화의 인기가 최절정일 때, 등장한 새로운 에어 조던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가 신던 등산화처럼 보였다.

마이클 조던이 NBA 3년 연속 우승, 쓰리핏을 달성했을 때 신었던 에어 조던 8의 디자인은 이미 시리즈의 완성형이었다. 날렵하고, 화려하고, 무엇보다 화룡점정으로 들어간 크로스 스트랩은 어린아이, 아저씨 할 것 없이 남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하지만 후속작의 낯선 모습에 모두가 혼란스러웠을 수밖에. 더군다나 “올리브”가 군화나 워커 같은 강한 이미지를 준 게 아니라 그냥 우리 집 신발장에 자리한 아빠 등산화처럼 보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재밌게도 이게 단지 국내에 국한된 경험은 아니었는지, 실제로 2017년에 에어 조던 9을 기반으로 한 부츠가 발매되었고, 오히려 원조보다도 커다란 인기를 끈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에어 조던 9, 세계를 담다

물론 우리가 어찌 전설의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의 마음을 다 헤아렸으랴. 팅커가 에어 조던 9에 담은 테마는 ‘세계화’였다. 3번의 NBA 연속 우승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등, 마이클 조던이 NBA와 드림팀에서 보인 압도적인 모습은 전 세계를 매료시켰고 그 영향력 또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에어 조던을 신고, 나이키를 입고, 조던이 광고하는 게토레이를 마시고, 맥도날드를 먹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에어 조던 9의 아웃솔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특이하게, 아니 특별하게 디자인되었다. 에어 조던 6부터 이어온 동그란 트랙션 패턴도 아니고, 전통의 해링본 패턴도 아닌, “이게 과연 접지에 효과가 있을까?” 싶은 전혀 새로운 디자인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자로 ‘세계’, 일어로 ‘스포츠’라고 쓰인 부분과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러시아어, 스와힐리어 등으로 쓰여있는 단어들이다. 각국의 언어로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형용한 것인데, 오른발에는 ‘헌신적인’, ‘힘’, ‘강렬한’, ‘자유’, ‘우아한’ 그리고 왼발에는 ‘스포츠’, ‘독립’, ‘자유’, ‘강건한’, ‘희망’ 등이 새겨져 있다. 힐탭 아랫부분에 위치한 빨간 지구본 로고 역시 세계화 테마에 맞춘 것이다.

마이클 조던의 은퇴

에어 조던 9의 출시일을 고작 한 달 앞둔 1993년 10월, 마이클 조던은 돌연 NBA 은퇴를 발표했다. 조던의 아버지가 10대 강도들에게 살해당했고 아버지와 목표를 동시에 잃은 상실감 때문이라고 했다. 조던의 은퇴는 곧장 나이키 매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나이키뿐만 아니라 NBA는 물론, 그와 관련된 모든 사업에 커다란 손실이었다. 조던이 직접 신고 뛰지 않는 농구화는 의미가 없었고, 어린 팬들은 동경했던 슈퍼 히어로를 잃었다. 이후 야구선수로 전향한 마이클 조던은 안타깝게도 초능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마이클 조던의 동상

비록 조던은 은퇴했지만 지난 9 시즌 동안 시카고 불스에서 그가 남긴 업적은 이미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기록들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카고 불스 구단은 비밀리에 마이클 조던의 동상을 제작했다. 높이 3.7미터, 무게 910kg의 아름다운 이 조각상은 1994년 11월 1일, 시카고 불스의 새로운 구장, 유나이티드 센터 앞에 세워졌다. 동상으로 만들어진 마이클 조던은 다름 아닌 에어 조던 9을 신고 있는데, 사실 조던이 불스 유니폼을 입고는 단 한차례도 신지 못 했던 신발이다.

번째 발매

꽤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가졌지만, 불운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에어 조던 9 올리브의 전성기는 2002년에 발매된 첫 레트로와 함께 찾아왔다. 2002년에 마이클 조던이 두 번째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에서 처음으로 에어 조던 9을 신은 것도 화제였고, 등산화처럼만 보였던 이 신발이 놀랍게도 2000년대에 와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군다나 오랜시간 비주류로 취급되었던 만큼 이 올리브 컬러를 소유한 사람들도 적었기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더 귀한 모델이 되었다.

에어 조던 9 올리브는 2002년에 이어 2012년에 한번, 그리고 다시 12년이 지나 네 번째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다. 1994년 첫 발매 이후 30년간 세 번 밖에 복각되지 않은 것이다. 올해 발매되는 에어 조던 9 올리브는 발매 30주년 모델임과 동시에 1994년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죽, TPU 아일릿, 미드솔의 점프맨 로고 방향까지 원래의 모습 그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발매를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는,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조던 키즈가 40대가 훌쩍 넘은 지금, 어쩌면 이번 레트로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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