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경쟁에서 ‘베이징 효과’가 개도국에 뜬다”

2025-09-10

인공지능(AI) 거버넌스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의 실용적이고 사회통제적인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비록 이 모델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반발을 살 수 있지만, 저렴하고 성능 좋은 기술을 원하는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지적했다. 특히 다른 나라들에 AI 독점과 이념적 강제를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중국에 정치적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 ‘캘리포니아 효과’와 ‘브뤼셀 효과’는 엄격한 규제를 통해, 각각 ‘최고를 향한 경쟁’을 유도했다. 그러나, ‘베이징 효과’는 개인의 권리보다, △수익성, △편의성, △사회 질서를 우선시하는 ‘가치 중립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AI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에 △정부 데이터를 제공하고 △느슨한 규제를 적용해, AI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방식. 중국에서는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식별이 특허가 되고, 노동자에 대한 AI추적 비즈니스가 번성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95년, 세계화의 황금기에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경영학 교수 데이비드 보겔은 희망적인 용어를 만들었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의 예를 든, ‘캘리포니아 효과’가 그것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까다로운 배출가스 기준을 도입했었다. 그러자 기업들은 미국에서 주마다 다른 엔진을 만들기보다, 모든 차량을 캘리포니아 기준에 맞추는 쪽을 선택했다. 즉, 부유한 시장의 기업들이 외국 경쟁자의 도전에 직면하면, 비관론자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기준을 낮추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저서 ‘트레이딩 업: 글로벌 경제에서, 소비자 그리고 환경의 규제(Trading Up: Consumer and Environmental Regulation in a Global Economy)’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오히려, 경쟁 시장의 엄격한 규칙이 ‘상향으로의 경쟁’을 촉발하며, 인근 지역까지 확산된다고 했다.

2012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 아누 브래드퍼드 교수가 ‘브뤼셀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는 유럽연합(EU)이라는 ‘규제 초강대국’의 힘을 표현한 것. EU 기업 규제는 번거롭고 벌금은 혹독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은 반복적으로 결국 EU 기준을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였다.

오늘날 글로벌 무역 거버넌스는 황금기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 중국, EU 같은 초대형 경제권은 여전히 글로벌 표준을 만들려는 강한 욕구를 갖고있다. 그리고 2025년 규제자들에게 가장 큰 전리품은 바로 ‘AI 거버넌스’다.

올해 초까지 중국이 이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베이징 효과’라는 표현조차 생소했다. 공산당의 인터넷 규제 전례가 너무 억압적이었기 때문.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생성형 AI 챗봇인 챗지피티(ChatGPT)를 신속히 금지했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AI 서비스는, 보안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알고리즘 등록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2024년 1월, 중국은 대형 언어모델 딥시크-알원(DeepSeek-R1)을 공개하며 상황을 뒤집었다. 이는 미국 경쟁사와 대비해, 훨씬 적은 연산 자원과 자금으로 개발된 모델. ‘딥시크 모멘트’는, 미국 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통한 AI 격차 유지 전략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다만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장벽이 존재한다. 이탈리아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딥시크를 금지했다. 대만도 보안 우려를 이유로 정부 시스템에서 이를 배제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투자자와 관료들은 낙관적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국가는 △저렴하고, △보편적이며, △‘충분히 쓸 만한’ AI 애플리케이션 생산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 값싼 전기와 “AI는 국가의 도약”이라는 대대적 선전 덕에, 공산당은 기술이 빠르고 널리 퍼지길 원한다. 미국을 바짝 추격해 ‘2등 전략’을 택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현명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여러 국가에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의회 일각에서 AI 패권 경쟁을 ‘핵분열 개발’에 비유한다. 2025년 2월, 미국 밴스 부통령은 유럽이 과도하게 안전성에 집착한다며 비난했다. “AI 미래는 안전 걱정으로 우물쭈물하다가 얻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AI가 “전기나 컴퓨터처럼 범용기술”이라는 중국의 관점에 공감하는 듯 하다. 원자폭탄처럼,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말론적인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총리 로렌스 웡은 7월 연설에서 “전기 발전기가 발명된 후 산업적 활용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며, “최첨단 기술의 선도국가에 매혹되곤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광범위한 채택에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규제가 외부의 예상보다 실용적이고 산업 친화적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언급했다. 남캘리포니아대 법학 교수 안젤라 장의 논문 ‘중국 AI 규제의 약속과 위험(The Promise and Perils of China’s Regula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이 그렇다는 것. 이는, 정보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어떻게 △프라이버시, △저작권, △데이터 보호 규제의 느슨한 집행과 공존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중국의 AI 안면인식이 세계적 수준인 것도, 정부가 방대한 데이터를 민간 기업에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판사들조차 “중국의 AI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판결”임을 공공연히 말한다.

만약 ‘베이징 효과’가 확산된다면, 이는 ‘최고를 향한 경쟁’이 아니라 △수익성, △편의, △사회통제를 개인의 권리보다 앞세우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EU는 AI의 차별적 위험을 우려한다. 안면인식이 어두운 피부에서 덜 정확하거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할 때 인종적 편향을 드러내는 경우가 그런 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이런 차별이 사업모델 그 자체다.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식별 특허가 등록됐다. 노동자의 행동을 AI로 추적하는 산업은 번성하고 있다.

중국식 AI 거버넌스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그러나 저렴하고 성능 기반의 기술을 원하는 국가들은 이에 여전히 매력을 느낀다는 것.

게다가 중국에는 또 하나의 이점도 있다. AI를 독점하고 그 힘으로 이념적 선호를 강요하려 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경쟁하고 있다는게 그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싫어하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 기업을 규제하려는 외국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정치적 선물을 안겨주는 꼴이다. 이를 ‘트럼프 효과’라고 부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비꼬았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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