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홍대 쇼핑매장 떠난 자리, 피부과의원이 채웠다

2025-05-20

K뷰티 열풍이 미용 의료로 확대되면서 국내 피부 미용 의원들이 잇달아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국내 주요 상권의 지도까지 뒤바꾸고 있다. 서울 강남과 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지역으로 꼽히는 상권에서 피부과 등 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강남역 상권(신분당선 신논현역~강남역 주변) 내 병원은 420곳이었으나 지난해 12월 말 기준 539곳으로 2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홍대 상권(홍대입구역~KT&G 상상마당 주변)에서도 병원은 77곳에서 99곳으로 28.6% 늘었다.

이는 이들 상권에서 식음료(F&B)와 소매점(리테일)의 매장 수가 감소한 것과 대조돼 눈길을 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각각 885곳과 1113곳이었던 강남역·홍대 상권의 F&B 매장 수는 802곳과 1065곳으로 9.4%, 4.3% 줄었다. 리테일 매장 역시 강남역 상권이 450곳에서 354곳, 홍대 상권이 623곳에서 565곳으로 각각 21.3%, 9.3% 감소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강남 상권의 경우 전통적으로 F&B와 리테일 업종이 강세를 보였으나 피부과 등 병원이 급성장하며 지난해 말 기준 강남 상권 전체 매장의 약 25%를 병원이 차지했다”며 “K뷰티와 피부 시술이 호황을 이루며 명동과 홍대 등 국내 주요 상권에서 미용 의료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진료 과목은 피부과”라면서 “수술과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성형과 달리 피부과 시술은 짧은 시간 내에 받을 수 있어 쇼핑이나 관광과 병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서 유명 피부 미용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외국인 대상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에 20여 개 지점을 운영하는 닥터에버스의원의 경우 해외마케팅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다른 피부 미용 의원들 역시 국제사업부 등을 운영하며 영어나 일본어·중국어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미용 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일본인을 국내 피부과 등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서비스를 론칭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태국인 대상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해 제공하고 있다.

아예 해외에 지점을 낸 곳도 있다. 쁨의원은 올 4분기 일본 도쿄 신주쿠에 해외 1호점을 내기 위해 이달 초 일본 현지에서 부동산 계약을 완료했다. 일본 신주쿠에서 1호점을 운영 중인 밴스의원 또한 올 1월 요코하마점을 신규 오픈했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 미용 의료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피부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8만 6194명으로 전체 외국인 환자의 14.4%였으나 지난해 718%나 증가한 70만 5044명(비중 56.6%)으로 늘었다. 특히 일본 국적의 경우 가장 많은 44만 2311명이 한국 병원을 이용했고 이 중 69.7%가 피부과를 방문했다. 대만(80.72%), 싱가포르(79.53%), 중국(64.17%), 태국(63.34%), 캐나다(47.28%), 미국(33.01%) 등에서도 피부과 방문 비중이 1위였다.

업계에서는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피부과 관광 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가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데다 최근의 ‘웰에이징’이나 ‘슬로에이징’ 등의 글로벌 트렌드도 자연스러운 한국의 피부 시술을 선호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뷰티 업계의 한 관계자는 “K뷰티를 접하면서 한국인이 선호하는 맑고 깨끗한 피부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보다 전문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피부과 시술로 이어지는 루트가 형성된 것”이라며 “K뷰티라는 틀 안에서 화장품이 ‘입문 과정’이라면 피부과 시술은 그 다음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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