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노동 개혁, 의회에서 거리로

2025-05-21

[울산저널]원영수 국제포럼= 콜롬비아의 노동 개혁은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핵심적 추진 공약이었다. 페트로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고용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포괄적 노동 개혁을 추진했다.

페트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의 주요 내용은 ▷야간-휴일 노동 추가수당 100퍼센트로 복귀 ▷남성 육아휴가와 생리휴가 확대 ▷디지털 플랫폼 노동의 공식화 ▷임시 계약의 제한과 무기 계약 확대 ▷수습 노동자와 농업노동자 보호 등이다.

그러나 의회의 보수세력은 노동 개혁에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페트로 정부의 노동 개혁 입법을 좌초시켰다. 지난 5월 15일 노동개혁안은 의회의 표결에 부쳐졌는데, 찬성 47표 대 반대 49표로 부결됐다.

특히 보수 야당들은 노동 개혁이 노동비용을 증가시켜 고실업 사태를 가져오고 결국 콜롬비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논리로 저항했다. 동시에 보수세력은 페트로 정부의 진보적 의제를 방해할 기회로 보고 노동 개혁 총력 저지에 나섰다.

글로리아 마리레스 노동부 장관은 “문제는 단지 노동 개혁에 대한 찬반만이 아니며, 콜롬비아가 계속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할 것인지 여부”라며 개혁법안에 반대한 보수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회에서 표결 패배 직후 페트로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노동 개혁 의제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노동 개혁 국민투표는 유권자의 1/3인 1360만 명이 투표해야 성립되고, 과반수인 680만 명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국민투표에서 승인된 노동개혁안은 상‧하원에서 재심의해 통과시켜야 한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법안을 시행할 수 있다.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노동개혁안의 세부적 내용은 ▷1일 노동시간 8시간으로 단축(기존 10시간) ▷일요일과 휴일 추가 노동 수당 100퍼센트로 회복 ▷영세기업 신용제공 확대 ▷병가와 생리휴가 권리 ▷장애인 의무 고용 ▷수습 기간 공정계약 ▷배달앱 노동자의 사회보장 ▷농업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악의적 외주 금지 ▷가사 노동자 인정 ▷무기한 계약제도 추진 ▷농민에 대한 연금제도 도입 등 진보적 내용을 담고 있다.

페트로 정부의 노동 개혁은 비공식·불안정 노동이 판치는 나라에서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권을 강화하려는 과감한 시도다. 보수파는 노동 개혁이 콜롬비아 경제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저항하지만, 페트로의 지지자들은 노동자들에 비해 기업을 우선하는 수십 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폐해를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간주한다.

노동개혁안이 이제 콜롬비아인의 손으로 결정된다. 이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콜롬비아 노동권의 역사에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투표에서 실패한다면, 기존의 질서가 더욱 강화되고 페트로 정부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수백만 명의 콜롬비아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법률적 보호조치는 여전히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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