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尹탄핵 찬성할 거다" 이런 장담 나오게 한 사건 2개

2025-04-01

“재판관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의 인용 의견 요지는 정정미 재판관께서 설명하겠습니다.”

2024년 1월 23일 오전 10시1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목소리가 헌재 재판정에 퍼져나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 주문을 읽던 그가 재판관 4인의 이름을 거명했다. 8인의 재판관 중 꼭 절반이다.

이들 4인은 인용 판단, 즉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또한 공히 이른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파면 쪽에 설 수 있다’고 조심스레 관측된 이들이다. 이런 관측은 사실에 부합할까.

답은 곧 알게 된다.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 종결 후 한 달 이상 장고하면서 ‘솔로몬의 지혜’를 구해온 8인의 헌법재판관들이 4월 4일 오전 11시 고심의 결과물을 국민에게 공개한다. 결론 도출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시중에는 ‘5 대 3 교착설’ 등 출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온갖 풍문이 나돌고 있다.

과연 재판관들의 최종 결론은 무엇일까. 안타깝지만 구중궁궐보다 깊은 헌재의 속내를 미리 들여다 볼 방법은 전무하다. 그렇다면 뜬 소문에 애닳아하는 것보다는 ‘8인의 현자’들의 면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들이 남긴 결정례를 ‘힌트’ 삼아 결과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보는 게 보다 이성적인 태도 아닐까.

그 ‘힌트’ 중 하나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를 토대로 먼저 진보파로 분류되는 이들 네 명의 면면을 다시 살펴보자.

피고인, ‘자살’이라는 단어를 열 번만 연이어 외쳐보세요.

2007년 2월 7일 창원지법 315호 법정에서 열린 형사3부 재판에서 재판장이 뜬금없는 주문을 했다. 여관방에 불을 질렀다가 붙잡혀 기소된 피고인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재판장의 권유가 몇 차례 이어진 뒤에야 그는 주문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자살자살자살자살...

그의 낭독이 끝나자 재판장이 입을 열었다.

피고인이 외친 ‘자살’이 우리에겐 '살자'로 들립니다.

법정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피고인의 방화는 자살을 위한 수단이었다. 카드빚 3000만원을 갚지 못한 처지를 비관한 끝에 해서는 안 될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재판장의 발언은 이어졌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죽으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살’이 ‘살자’가 되는 것처럼, 때로는 죽으려고 하는 이유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책을 읽어 보고 난 뒤에나 죽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세요.

신문 지상을 통해 한때 세간에 널리 회자했던 이야기다. 지금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때 그 재판장이 문형배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 ‘살자 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탄핵심판 인용)과 ‘살자’(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될 줄 그때는 아무도 몰랐으리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그는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할까, 반대할까. 여기 한 법관의 도발적 장담이 있다.

장담의 근거는 무엇일까. 탄핵심판 결과를 조금이라도 점쳐본다는 차원에서 문 재판관의 인생을 한번 되돌아보자.

‘어른 김장하’, 빈농의 자식을 법관으로 만들다

그의 초년은 위인전 구조 그대로다. 문 재판관은 1965년 경남 하동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너무 가난해 친척들로부터 낡은 교복과 교과서를 물려받으면서 겨우 중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많은 빈농의 자제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등학교는 쉽지 않은 장벽이었다. 그때 ‘귀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법관 문형배는 존재할 수 없었을 거다. 다음은 인사청문회 때 그가 밝힌 내용이다.

그가 언급했던 김장하 선생은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말한다.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건립해 경상남도에 기증했고 수백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독지가다. 지난해 MBC 경남이 그를 주제로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이 작품은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교양 작품상을 받았다.

김 이사장 덕택에 그는 공부에 전념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1986년 제28회 사법고시(연수원 18기)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연수원 수료 후 그의 행보는 일반적인 엘리트 판사와 조금 달랐다.

부산·경남 벗어나 본 적 없는 청렴 향판

그는 대표적인 지방 법관이었다. 1992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27년간 부산과 창원 등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근무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향판에 대한 선입견을 대입시킨 이는 드물었다.

고법부장판사 A의 평가다.

2019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그가 공개한 재산은 6억7000만원. 그나마 이 중 2억7000만원은 부친 명의 재산이었고 그와 부인의 재산은 4억원이 전부였다. 크지 않은 액수였지만 그는 청문회 때 “일반인 평균보다는 조금 많아서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 전관예우를 비판하면서 “퇴임 후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착한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법률 정보들을 소개하기로 했다. 법률가는 대중과 함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물론 논란거리가 없지는 않다. 당장 헌법재판관이 그에게 맞는 옷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법원 고위간부 B의 이야기다.

우리법연구회장 역임한 진보 법관…때로는 ‘배신 판결’도

그리고 정치적 성향. 그는 진보적 법관으로 분류된다. 어찌 보면 이번 탄핵 심판을 앞두고 가장 주목해야 할 특징이다. 그는 법원 내 대표적 진보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냥 회원도 아니고 회장이었다.

우리법연구회는 애초 법원 내 개혁적 성향의 판사들이 모여 학술 연구를 하는 조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점차 정치색을 띠게 됐다. 그리고 진보 정권으로 분류되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약진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박시환 전 대법관 등 사법부 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정치권과 정부에도 숱하게 인력을 공급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격렬하게 부딪혔던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과 한동수 당시 대검 감찰부장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문 재판관이 문재인 정권에서 헌법재판관에 지명됐을 때도 이 모임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분류법에 불만을 표하곤 했다. 다음은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저는 스스로 나태와 독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부산판례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등 학술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을 뿐 결코 정치적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단체에 가입한 적은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증례도 있다. 그는 부산지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2010년 부산의 환경단체 등 원고 1819명이 “정부의 ‘낙동강 살리기’, 이른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 기본계획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소송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그는 기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좌파라는 딱지가 붙었는데 판사는 기본적으로 우파지, 좌파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때 이 발언에 대한 보충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법률이라는 것은 사회생활보다는 항상 뒤처져서 가는 그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 법률을 다루는 판사들은 실제적으로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는 이 (발언의) 의미를 이해했는데 맞습니까.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 그런 뜻입니다. (문 재판관)

심지어 그는 대선 때 보수 후보를 찍었다고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한 적도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투표했는데 이런 사람이 회장으로 있는 단체가 어떻게 좌 편향입니까(월간조선 인터뷰 중)

그는 인사청문회 때도 정치적 성향과 판결 또는 결정 사이의 연관 관계에 대한 의심의 시선에 대해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헌재 심판례 보면 그는 역시 진보…“분명히 탄핵 인용할 것”

그렇다면 그는 위의 다짐을 지켰을까. 헌법재판관 취임 이후의 심판례를 보면 그는 진보 진영 또는 민주당 쪽에서 환영할 만한 의견을 적지 않게 냈다.

2019년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오신환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 사보임 신청 허가 조처에 대해 적법했다는 의견을 냈고, 보수 정당의 반발이 거셌던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합헌 의견을 냈다. 이른바 검수완박법 입법절차에 대해서도 국회의원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 유효하다며 민주당 편을 들었다. ‘방송 3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에 대해서도 역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표결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 정당하다고 의견을 냈다.

국가보안법,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사안에서도 진보 진영과 의견을 같이하곤 했다. 이 밖에 근로자, 불법체류 외국인,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에게 유리한 쪽의 의견을 많이 냈다.

하지만 때로는 중도적 입장에 서기도 했다.

형법상 국기모독죄의 위헌 여부를 따졌을 때 “관공서에 걸린 국기를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할 경우 합헌이고, 그 밖의 국기 모독을 처벌할 경우 위헌”이라는 중간적 입장을 취했다. 교원의 정당 및 그 밖의 정치단체 가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규정이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 된 사건에서도 “정당 가입금지는 합헌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가입금지는 위헌”이라며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어떤 입장에 설까. 힌트를 얻기 위해 앞서 그가 다룬 두 건의 탄핵심판 사건을 다시 되돌아보자.

먼저 2023년 7월 내려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 이 사건은 헌법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됐다. 다만 4명의 재판관이 이 전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의 별개 의견을 냈는데 문 재판관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전 장관이 이태원 사태와 관련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및 성실 의무를 일부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사유로 탄핵 소추된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 사건은 5(기각) 대 4(인용)로 기각됐는데 문 재판관은 후자였다. 그는 “안 검사의 직무상 중대한 법 위반이 있었기 때문에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건 모두에서 보수 진영에 불리한 입장을 취한 셈이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볼 때 그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도 법리를 떠나 심리적으로는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고법부장 판사가 내놓은 예상이다.

이 예상은 적중할까.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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