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도착 5초전, 마크 인디아”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의 중심 정조대왕함,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

2025-02-02

부산서 제주 향하는 정조대왕함 탑승기

해상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 보유

정조대왕함·세종대왕함으로 먼 바다서

작전하는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미·중 충돌에 기동함대 휘말릴까 우려

“현 시각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이 동해에서 활동 중.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경계태세 강화할 것”

정조대왕함 전투지휘실(CCC)에 이 같은 총원 전투배치 구령이 내려졌다. 적 잠수함이 동해에서 활동한다는 정보가 상급부대에서 전달된 직후다. 탄도미사일 방어작전 조정관은 전술집행관에게 미사일 발사 예상지역·방어지역·교전계획을 보고했다.

“현 시각 적 SLBM 추정 발사체 접촉, 대유도탄방어태세 1단계 설정. 전 무장 즉각 사용준비” “요격 미사일 발사 10초 전, 5, 4, 3, 2, 1, 발사!”

스파이(SPY-1D) 레이더가 함경북도 동쪽 바다에서 부산을 향해 날아오는 발사체를 포착했다. 이 정보는 미사일 방어작전을 총괄하는 공군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작전센터에도 전송됐다. 이어 정조대왕함은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

“표적 도착 5초 전, 4, 3, 2, 1, 마크 인디아”

승조원들의 눈길은 CCC 내 대형 디스플레이를 향했다. SLBM의 비행궤적과 그를 향해 날아가는 요격미사일의 궤적이 표시됐다. 두 개의 궤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까워졌다. 표적 명중을 뜻하는 ‘마크 인디아’라는 구호와 함께 SLBM은 디스플레이와 레이더상에서 사라졌다.

지난달 31일 부산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정조대왕함에서 탄도미사일 방어 절차 훈련이 시연됐다. 정조대왕함의 항해는 물론 탄도미사일 요격 절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신예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은 오는 12월 실전 배치를 앞두고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정조대왕함만이 가진 특징이다. 2008~2011년 도입된 세종대왕함급 이지스구축함(세종대왕함·율곡이이함·서애류성룡함)은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만 할 수 있다. 미사일 요격은 지상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패트리엇(PAC-3)에 맡겨야 한다.

정조대왕함에는 탄도미사일을 종말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함대공유도탄 ‘SM-6’가 탑재된다. 이에 더해 대기권 밖인 중간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SM-3’가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 기능을 갖춘 정조대왕함은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의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날 훈련은 정조대왕함을 운영하는 해군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을 계기로 진행됐다. 청해부대 파병 등을 해왔던 기존 제7기동전단을 사령부로 승격시킨 것이다. 기동함대사령부 창설 필요성이 1989년 처음 제기된 이후 36년 만이다. 지난 1일부로 창설된 기동함대의 창설식은 오는 3일 해군제주기지에서 열린다.

기동함대는 한반도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모든 바다를 지키는 것을 임무로 둔다. 한반도의 동·서·남해를 지키는 1·2·3함대사령부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해상교통로인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레이반도 인근의 말라카해협 등도 작전지역이 될 수 있다. 김인호 기동함대사령관(소장)은 “기동함대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대한민국의 주권과 해양권익을 보하하는 핵심 기동부대”라고 말했다.

기동함대는 정조대왕함급(8200t)·세종대왕함급(7600t) 이지스구축함과 충무공이순신함급(4400t) 구축함으로 이뤄진 3개 기동전대를 둔다. 국내 기술로 이지스시스템을 만든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6척이 건조되면, 기동전대에 추가된다. 이밖에 군수지원함으로 꾸려진 1개 기동군수전대와 육상기지를 방호하는 1개 기지전대도 있다. 현재 구축함 10척과 군수지우함 4척인 기동함대는 2030년대 중반까지 구축함 18척, 군수지원함 4척을 운용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해양에서 충돌할 경우 기동함대가 불필요하게 휘말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냐는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내려지는 결정”이라며 “먼 바다에서 작전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보다는, 능력을 갖춰놓고 국가의 이익에 따라 그 능력 사용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