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비전포럼, 27일 '건설 규제 개선방안' 세미나 개최
안전 관련 규제 중복…의무주체도 상이하게 규정돼 충돌 '심각'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 안전 사고의 예방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제를 전면 손질하고 의무주체의 의무와 책임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기업의 안전수준 제고 걸림돌로 작용하며 재해 예방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건설산업비전포럼은 2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산업의 도약을 위한 건설 규제 개선방안' 세미나를 개최하고 건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했다. 세미나는 강호인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를 비롯해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정공학과 교수,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회장, 김희수 대한건설정책 연구원 원장 등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강호인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보다도 법과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이지만 정부의 정책과 제도는 70년대에 머물러 있다"며 "규제완화는 단순히 기업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아닌 불합리한 모래주머니를 떼어내고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안전규제가 건설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국내 건설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짚었다. 정 교수는 "건설은 이미 낙마처럼 얽히고 설킨 안전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제정될 예정"이라며 정부의 규제가 되려 건설업체의 안전 예방활동과 관리수준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내의 대표적인 건설 안전 관련 규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크게 2가지로 구성돼 있다. 또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건설안전특별법까지 재발의되면서 규제가 추가로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정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제가 △도급인과 공사발주자 개념의 왜곡 △도급인의 안전보건 의무범위 불명확성 △발주자의 의무 및 책임 실현수단 미흡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급인, 발주자에 대한 용어가 불합리하게 정의돼 있거나 의무의 내용∙범위가 명확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장치가 촘촘히 마련돼 있지 않아 재해 예방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허점도 지적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의무주체 불명확 △사전 예방 기능 부재 △의무주체 공백 등의 문제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과도 상당수 내용이 중복돼 더 큰 혼란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의무주체, 해석의 불명확성 등으로 기업의 자율적 예방 활동에 혼선을 초래하며 처벌 회피에만 집중하게 하고 있다"며 "발주자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처법은 시설∙장소를 중심으로 의무주체를 설정해 작업 위험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자를 의무주체에서 제외한다"며 "사고 원인의 상당 부분이 작업 위험에서 비롯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법적 구조는 안전관리의 중대한 한계로 작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입법을 추진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참여자 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업계를 소생하기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조악한 내용으로 가득 차있어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에 대해 매출액 최대 3% 과징금 또는 최대 1년 영업정지와 7년 이하 징역·1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으로, 지난 6월 발의됐다.
정 교수는 "이 법 역시 기존 산업안전보건,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내용이 상당수 규정돼 있다"며 "내용이 중복되는 것도 문제지만, 법 간 의무주체가 상이하게 규정돼 착종과 충돌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을 확보하는 건 재해 예방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며 이를 위해서는 각 의무주체의 의무와 책임을 지위와 역할에 맞게 설정해야 한다"면서 "재해를 줄이려면 이른바 '묻지마 규제'를 쏟아내는 관행에서 탈피하고, 원리를 훼손하고 실효성을 무너뜨리는 입법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개선에 대한 로드맵도 제시됐다. 건설산업비전포럼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 정부 부처 가운데 규제 법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국토교통부 등록 규제는 101건으로, 45개 중앙부처 소관 규제 법률 총 1157건 가운데 9.5%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산업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OSC시장의 급격한 증가와 기술 발전, 첨단 기술 활용성 증대 등 산업의 성장 속도는 가파른 반면 국내 시장은 수많은 규제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대표적 규제로는 △현장 안전관리비 통합 △외국인고용법 개선 △안전관리청 설립 △직접시공 자율화 △종합심사낙찰제 개선 △발주자 판단에 의한 분리발주 허용 △AI, 디지털트윈 등 첨단기술 도입 및 적용 등이 꼽혔다.
권오경 건설산업비전포럼 사무총장은 "건설산업 참여자 모두가 동의하는 불필요한 규제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단기적 방안으로 외국인고용법, 현장 안전관리비 통합, 제로에너지건축물 관련 법규 통일 등을 개선하고 중단기적으로는 분산된 법을 통합한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