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 선발’의 뒤에는 ‘최강 불펜’이 있었다. LG 불펜 투수들은 8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필승조의 자질을 증명했다. 시즌 첫 패배를 통해 LG는 값진 경험을 얻었다.
LG는 지난 2일 KT와의 경기에서 5-9로 패했다. 개막 후 7연승을 달린 LG의 시즌 첫 패배다. 지난해 KT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 전부 구원 등판해 7.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이날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크게 흔들렸다. 에르난데스는 0.2이닝 동안 피안타 5개, 볼넷 3개로 8점을 잃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개막 후 7경기는 선발 투수들의 무대였다. 모두 6이닝 이상을 채웠다. 타선의 지원도 넉넉했기 때문에 무리해서 불펜을 가동할 이유가 없었다.
전날 KT전에서 마침내 불펜의 시간이 찾아왔다. 8.1이닝 동안 오로지 불펜의 힘으로 불타오르는 상대 타선을 잠재워야 했다. LG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맞이한 위기인 동시에 지난 시즌 최대 약점이었던 허리를 어떻게 보강했는지 보여줄 기회였다.
5선발 후보였던 이지강이 가장 먼저 구원 등판해 3.1이닝을 책임졌다. 이지강은 2회 김민혁에게 2루타를 맞고 실점을 추가했지만 3회와 4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새로 장착한 포크볼이 빛을 발했다.

우강훈과 이우찬, 김영우, 김유영이 연달아 1이닝씩을 맡았다. 염경엽 LG 감독이 올해 육성 대상으로 꼽은 유망주 우강훈과 김영우의 활약이 고무적이었다. 우강훈은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낮은 공을 던져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데뷔전에서 시속 157㎞의 공을 뿌리며 이번 시즌 신인 투수 중 최고 구속을 찍은 김영우는 이날도 시속 150㎞ 이상의 강한 직구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야수들의 호수비도 불펜 투수들이 긴 이닝을 버티는 데에 큰 힘이 돼줬다. 8경기 동안 리그 최소 실책 1위(2개)를 기록 중인 LG는 이날도 무실책 경기를 펼쳤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도 수비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좌익수 송찬의는 8회 권동진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며 이닝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염 감독은 “이번 시즌 수비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비 실책이 하나 나오면 그만큼 투구 수가 늘어나게 되고, 투수 운영 전략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라며 “실책이 적을수록 경제적인 야구를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첫 이닝에서 흔들렸지만 뒷심은 강했다. 패배를 통해 불펜의 힘을 확인한 LG는 다시 질주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