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17일 잠실 LG전 더블헤더 1차전을 앞두고, 다른 팀 경기를 하이라이트를 체크하다 눈여겨 본 신예 투수를 언급했다. 짧은 투구였지만 꽤 강한 인상을 받은 듯했다. 그는 “신인이라고 하던데 공을 좋은 타점에서 잘 때리더라. 두산에서 좋은 선수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이 떠올린 선수는 15일 대전 한화-두산전에서 9회 두산의 마지막 투수로 올라온 우완 양재훈이었다.
두산은 지난 한 주를 3연승 뒤 3연패로 제자리걸음했다. 12연승 중이던 껄끄러운 한화 원정에서 3경기를 싹쓸이하며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나란히 중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 원정에서는 내리 3연패 했다.
긍정적인 소득도 있었다. 바로 신인 양재훈의 발굴이다. 양재훈은 이날 한화전에서 8-2로 크게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1안타는 1사 후 하주석에게 맞은 빗맞은 안타였고, 후속 타자를 간단히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그리고 양재훈은 17일 광주 KIA전에서 3이닝 동안 볼넷없이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쳤다. 팀 패배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투구 내용은 훌륭했다.
양재훈은 1군 데뷔 2경기에서 신인 투수임에도 씩씩하게 공을 던져 이승엽 두산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불펜 운영에 많은 변수를 안고 있던 두산에겐 하나의 옵션을 더 확인한 반가운 사건이다. 양재훈은 “사실 마운드 위에서는 너무 떨렸는데, 잘 던져 기분이 너무 좋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냥 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양재훈은 “70~80% 정도 밖에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일단은 만족스럽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양재훈은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7라운드, 전체 66순위로 뽑힌 대졸 신인이다. 개성고 3학년 때는 어느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가 동의과학대를 졸업하는 시점에서는 달라진 평가를 받아들었다. 좋은 신체 조건(1m86·89㎏)에 꾸준한 성장세에 있는 양재훈을 두산이 선택했다. 안정적인 투구 밸런스에서 나오는 회전수가 높은 묵직한 직구, 그리고 포크, 슬라이더, 커브 등 수준급 변화구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 입단의 꿈까지 이뤘다.

양재훈은 “고교 시절에는 구속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팀의 부름도 받지 못했다”고 떠올리며 “대학에 입학해 구속을 끌어올리고, 제구를 안정시키는데 집중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개인 훈련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양재훈은 입단 후 신인 캠프에서도 두각을 보여 1군 마무리 훈련에 초청을 받은 두 선수 중에 하나다. 당시 좋은 모습을 보인 양재훈과 홍민규 모두 현재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홍민규는 스프링캠프에 초청을 받아 먼저 1군 데뷔전을 가졌다.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은 양재훈은 2경기에서 5.1이닝 6삼진 1실점의 성적을 내고 1군 콜업을 받았다. 일단 출발이 좋다. 마운드 운영이 타이트한 두산에서 양재훈에게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양재훈은 “2군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올해 안이라도 1군에 등록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했다”며 “당장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보다 제가 맡은 임무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먼저 등판하는 경기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