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의 위헌 여부를 다툰 헌법소원 사건을 심사 자격 미달을 이유로 본안 판단 없이 종결했다. 5년간의 심리 끝에 나온 결론이 절차 요건 미비를 이유로 한 각하에 그치면서 규제의 위헌성 자체는 헌재 판단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주민들은 “무려 5년을 기다렸는데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빠르게 각하 결정을 내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를 터트렸다.
헌재는 27일 남양주 주민들과 남양주시가 수도법 제7조 제6항과 상수원관리규칙, 관련 조례 등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를 전부 각하했다. 각하는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내려지는 결정으로 헌재가 위헌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않는 종결 형식이다. 이번 결정으로 팔당 상수원 규제의 위헌성은 주민들이 청구인 적격, 청구 기간, 직접성 요건 등을 다시 갖춰 재청구해야만 비로소 헌재의 실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남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명확한 각하 사유가 애초부터 존재했음에도 헌재가 5년간 심리를 이어온 점을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남양주시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기본권의 주체가 될 수 없어 헌법소원 청구인이 될 수 없다는 기존 헌재의 법리가 이미 정리돼 있었다는 점에서 각하 사유는 비교적 분명했다. 본안 판단 없이 절차 요건만으로 각하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면 보다 이른 시점에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청구인인 남양주시 주민 2명이 낸 딸기 가공 시설 및 숙박업 불허 관련 헌법소원은 청구가 지나치게 늦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헌재는 해당 규제가 이미 2011년 이전부터 시행돼왔고 주민들 또한 늦어도 토지를 매입하거나 관련 안내를 받는 과정에서 이러한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럼에도 헌법소원은 2020년에 제기돼 ‘권리 침해를 안 날부터 90일, 실제 침해가 발생한 날부터 1년’이라는 법상 청구 기한을 넘겼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해당 사건에 매달려온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구인 김 모 씨는 “커피 한잔, 주스 한잔 팔다가 조안면 주민 4분의 1이 전과자로 전락했다는데 헌재의 결정에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김기준 남양주시 조안면통합협의회장도 “각하 결정을 내리는 데 5년이나 필요했는지 헌재에 되묻고 싶다”며 “재검토를 거쳐 헌법소원을 다시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 역시 대응에 나섰다.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50년간 피해를 당해온 남양주 시민들이 백번을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이라며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는 법조계의 시각도 있다. 전직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향후 다른 상수원 보호 규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여러 방향의 검토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각하이기 때문에 요건을 갖춰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