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홈런왕으로 500홈런까지···‘소년 장사’ 최정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025-05-14

KBO리그 최초의 500홈런 금자탑을 세운 최정(SSG)은 홈런 타자가 아니었다. 최정은 자신을 항상 “홈런타자가 아닌 중장거리 타자”로 표현해왔다.

최정은 2005년 고졸 신인으로 SK(SSG의 전신)에 입단할 당시, 남다른 야구 센스와 크지 않은 체구에 나오는 탁월한 파워로 먼저 주목받았다. 그래서 최정에겐 한동안 ‘소년 장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정은 리그 정상급 강타자로 급성장하긴 했지만, 첫 홈런왕은 데뷔 12년차에 처음 올랐다.

첫 홈런왕 전까지는 28홈런(2013년)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었다. 이때까지 평균적으로 매 시즌 20홈런 정도를 때리는 최정이었지만 더 많은 홈런 보다 3할 타율에 욕심내는 타자였다. 그랬던 최정이 2016시즌 40홈런을 때려 개인 첫 (공동)홈런왕에 오른 뒤로 홈런타자로서 눈을 떴다.

비슷한 시대에 활약한 홈런타자 이승엽, 이대호(은퇴), 박병호(삼성) 등과 비교하면 홈런타자로서 폭발력이나 임팩트는 조금 약했다. 지난해까지 20년 프로 커리어에서 홈런왕은 세 차례, 40홈런 이상 때린 것은 2016시즌과 2017시즌(시즌 개인 최다 46홈런)까지 두 번뿐이다.

최정을 지도했던 코치들은 한결같이 최정의 타격 메커니즘의 완성도에 엄지를 든다. 가르칠게 없다는 뜻이다. 최정의 전성기를 가까이에서 본 이만수 전 SK 감독은 지난해 최정이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님에도 통산 홈런왕에 오를 수 있는 동력을 5가지 언급한 적이 있다. 기술적인 요소로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이만수 감독은 “최정의 가장 큰 장점을 뽑으라고 한다면 (투수들의 사구 견제에도)단연 볼을 무서워하지 않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격시 배트가 몸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레벨 스윙, 타격 후 공을 끌고 나가는 팔로 스윙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팔로 스윙에 대해서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2017~2018시즌 SK를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은 최정의 홈런 타자로서 매력을 ‘파워’로 평가했다. 힐만 감독은 최정에 대해 “지금까지 수많은 선수를 지켜봐 왔지만 흔치 않은 파워를 갖춘 우타자”로 평가했다. 힐만 감독이 이전에 몸담았던 메이저리그 강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등을 최정의 비교 대상에 올려놨다. 둘은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빅리그 타자다.

데뷔 시절 호리호리했던 몸매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체중은 입단 때 83㎏였는데 현재는 7㎏ 이상 늘었다. 그러나 홈런이 조금씩 늘어난 것은 단지 웨이트트레이닝 효과나 더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한 타격 포인트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최정의 변신은 디테일에 담겨 있는지 모른다. 남들 앞에서는 웃는 것조차 수줍어하는 최정이지만 야구에 관한 한 스스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다. 그런 철저함이 최정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놨다. 반대로 이런 예민한 성격이 주는 한계도 있었다. 경험이 쌓이며 그 욕심을 내려놓으니 타구에 더 힘이 실렸다. 최정은 첫 홈런왕 이후 빨라진 홈런 페이스에 대해 당시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확실히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경기에서 잘 풀리지 않으면 빨리 털어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제법 마인트컨트롤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정은 이후로도 소리없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30대 들어서도 한결 같이 꾸준함을 유지한다. 시즌 평균 홈런 갯수는 20대 보다 높아진 20개 후반대다. 최연소 개인 200홈런(2016년 6월1일 대전 한화전·역대 23번째)을 달성할 때까지 시즌 30홈런을 한 번도 친 경험 없는 타자였던 최정은 그 이후 10년간 더 빠른 속도로 300홈런을 더 채웠다. 데뷔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시즌 두자릿수 홈런을 놓치지 않았다.

최정은 여전히 ‘홈런’과 자신을 연관지으려 하면 손사래부터 친다. 그러나 ‘홈런왕’ 타이틀 만큼은 자랑스러워 한다. 최정은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강타자인 매니 라미레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미겔 카브레라 등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KBO리그에서도 이승엽, 김동주 등과 같은 당대 최고 선수들을 우러러 보며 달려왔고, 어느샌가 최정이 KBO리그 홈런에 관한 한 KBO리그에서 그 누구보다 높은 곳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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