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이 일으킨 미국의 한국어 열풍 이어가려면...한국어 AP 도입에 앞장 선 장태한 교수

2025-11-18

“올해 은퇴하려 했었는데….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내가 마쳐야겠죠. 허허.”

지난 13일 서울 서소문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 만난 장태한(69) UC리버사이드 소수인종학 교수는 너털웃음을 쳤다. 장 교수는 재미동포와 흑인 사이 갈등을 연구한 학자이면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초창기 미주 활동을 다룬 『도산 공화국』의 저자다. 그가 은퇴를 접고 맡은 직함은 ‘AP 한국어 도입 추진 위원회(위원회) 위원장’이다.

AP는 대학과목 선이수제(Advanced Placement)를 뜻한다. 미국 고등학생이 대학 수준의 과목을 수강하고 시험을 봐 대학 학점을 미리 따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어를 AP 과목으로 넣자는 게 위원회의 설립 목적이다. 위원회는 지난 4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미래교욱자치포럼과 함께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어는 미국에서 수능에 해당하는 SAT의 한 과목이었다. 1995년 한국어를 SAT 과목으로 지정하는 데 힘을 쓴 사람이 장 교수였다. 그해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장 교수는 “95년 당시 한국어를 가르치는 미국 고교가 1곳뿐이었는데, SAT를 담당하는 비영리 기관인 칼리지 보드에 ‘주말 학교까지 포함하면 2만명 이상이 한국어를 배운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재미동포 모두 적극적으로 뛰었고, 삼성전자도 도움을 줘 성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칼리지 보드는 2021년 한국어를 비롯한 SAT 과목별 시험(Subject Test)을 폐지했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19 때문에 수험생들이 SAT를 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장 교수가 다니는 UC리버시아드 등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10개 캠퍼스가 저소득층·소수인종에게 불리하고, 대학 성적과 연관성이 적다며 SAT 점수를 입학 사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등 일부 대학도 SAT 과목별 시험 점수를 보지 않았다.

K팝·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미국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어 SAT 폐지가 아쉽다는 게 교민 사회의 여론이다. 그래서 한국어 AP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위원회가 꾸려졌다. 장 교수는 “한국어 AP가 된다면 수준 높은 한국어 강사와 교재를 확보할 수 있어 미국에서 한국어가 단단히 뿌리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어 AP를 도입하려면 한국어 고급반인 레벨 4 이상을 가르치는 고교가 250개를 넘거나, 한국어 AP를 인정하는 대학이 최소 100개여야 한다. 한국어 정규 과목을 채택한 고교가 217개인데 대부분 레벨 1~3(초·중급) 수준이다. 다만 150여개 대학이 한국어 강의를 개설했기 때문에 도입 요건은 충족한다.

문제는 ‘초기 투자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칼리지 보드가 수혜자 부담 원칙을 내걸고 있다. 한국어 AP 교재를 만들고 문제를 내는 개발비로만 150만~200만 달러다. 한국어 AP 응시자가 한해 5000명이 될 때까지 매년 운영비를 칼리지 보드에 내야만 한다.

현재 AP 제2외국어 과목은 중국어·일본어 등 7개에 불과하다. 중국어 AP와 일본어 AP 도입은 각각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장 교수는 “한국어 AP는 동포 2, 3세가 한국인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미국인을 양산할 기회”라며 “교민 사회에서 모금하고, 정부가 예산을 대주고, 기업이 협찬한다면 한국어 AP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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