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찜한 스웨덴 ‘A26 블레킹급’ 5세대 잠수함 실체는[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12-02

지난 11월 26일 우리 정부는 올해 말 퇴역 예정인 우리 해군의 첫 잠수함 장보고함장보고함(SS-Ⅰ·1200t급)을 폴란드에 무상 양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폴란드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하는 국내 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다.

장보고함은 1988년 독일 HDW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1년 진수됐다. 우리 해군은 1992년 이 잠수함을 인수해 1994년 실전 배치된 대한민국 1호 잠수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K방산 해양부문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폴란드에 무상 양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오르카 프로젝트의 계약 규모를 100억 즈워티(약 4조 원)로 추산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무기체계 통합과 수명주기 유지비용(MRO)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360억 즈워티(약 14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폴란드 해군이 함정 현대화를 위해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다음 날인 11월 27일(현지 시간) 폴란드 정부가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오르카’ 사업의 파트너로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를 최종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미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내각회의 뒤 “스웨덴이 모든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제안을 내놓았으며 특히 납기·가격·발트해 작전능력 측면에서 폴란드 해군의 요구를 완전히 충족했다”고 밝혔다고 P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6년 전 스웨덴이 폴란드 잠수함 수주 사업에 참여할 당시에 납기 달성 불안 문제 등의 우려를 산 적이 있었지만 폴란드는 되레 ‘빠른 납기’가 강점인 한국을 탈락시키고 스웨덴을 택했다. 특히 한국 측은 올해 말 퇴역을 앞둔 장보고함을 무상 양도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고위 당국자 회담에서 폴란드산 소고기 수입에 긍정적 신호까지 보냈지만 결국 수주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폴란드 왜 한국이 아닌 스웨덴을 택했을까.

한국은 지난 10월 22일 3600t급 장보고-Ⅲ Batch-Ⅱ 선도함 ‘장영실함(SS-087)’ 진수식을 가졌다. 현존하는 디젤잠수함 가운데 최강이라는 평가 받는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기존 도산안창호급(3000t급) 보다 수중 작전이 훨씬 길어졌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기를 탑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승인해 10년 내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을 독자 개발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의 잠수함 개발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왔다는 방증인데도 폴란드는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를 오르카 사업의 파트너로 최종 선정했다.

스웨덴이 제시한 ‘A26’ 블레킹(Blekinge)급 잠수함은 ‘세계 최초 5세대 잠수함’으로 홍보하고 있다. 차세대 디젤-전기 추진 플랫폼이다. 이 잠수함은 얕고 복잡한 발트해 환경에서 은밀 작전을 수행하도록 설계됐으며 스털링 엔진 기반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으로 외부 공기 없이 최대 45일 잠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군사 전문매체 워존(TWZ)에 따르면 길이는 약 64.6m, 수상 배수량 2122t, 표준 승조원 26명, 특수부대 포함 시 최대 35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멀티미션 포털’(Multi-Mission Portal)이라 불리는 특수 임무용 통로를 통해 무인잠수정(UUV) 운용과 특수전 병력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수직발사체계(VLS) 통합 옵션도 제공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존은 특히 “A26은 X자형, 경사형 세일(함교) 구조를 적용해 정숙성과 기동성을 모두 확보했다”며 “좁고 얕은 발트해 해역에서 탐지 위험을 줄이고 해저 인프라 인접 항로에서도 고도의 조종 안정성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A26 블레킹급 잠수함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이른바 ‘유령모드’(ghost mode)로 잠항할 수 있는 최첨단 스텔스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스텔스 기능의 비밀은 특수한 설계와 재료사용 방식에 있다. 특수한 선체 디자인, 고무재료 및 코팅재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길이 64m, 갑판 가로폭 6.4m에 45일 간 수면에 부상하지 않고 잠항할 수 있다. 18일간 잠수한 채 해저에 머무를 수도 있다. 최저 잠수 깊이는 200m다.

외형 디자인은 잠항시 유체역학에 따라 잠수함 주변에 발생하는 신호를 없애 준다. 또 잠수함의 선체와 수평타 설계시 진동과 소음감쇠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진동과 음향을 감쇠시키는 특수 외피로 감싼 디젤엔진모듈 외에 유연한 호스, 보정기기도 사용됐다. 소음감쇠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의 공간에 음향 감쇠판도 설치했다.

아울러 최대 유속에 특화된 에어덕트, 케이블 및 파이프 굴곡 반경 최소화, 잠수함 외부의 구멍(공동) 최소화 설계 등을 통해 최첨단 스텔스 기능을 구현했다. 발트해의 복잡한 해양 환경에 맞춰 주변 수온·염도·음속에 따라 실시간으로 탐지(식별)에 사용되는 물리적 신호 또는 지문을 조절하는 능동형 은폐체계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음향·자기·적외선·전자파 등 모든 신호를 AI 기반으로 통합 관리한다.

참고적으로 폴란드의 스웨덴 선택은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것이란 의견도 많다. 당장 폴란드와 맞닿아 있는 발트해는 평균 수심이 55m로 바렌츠해(240m), 북해(94m)보다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아서 중소형인 A26 블레킹급 잠수함(2000t급)이 작전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각으로 스웨덴이 발트해를 사이에 두고 근접해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스웨덴 국방부의 기반시설과 장비를 활용하기 용이하다는 점이다. 즉 스웨덴을 한국보다 안정적 군사협력 파트너로 봤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비동맹 중립노선을 고수해온 스웨덴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에 가입했다. 사실상 나토의 최전방인 폴란드와 안보 위협 인식을 직접 공유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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