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뛰는 축구 선수들이 우승 반지를 끼는 날이 올까
프로 축구 선수들이 보석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운동선수들이고,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다. 디애슬레틱은 4일 “그래도 ‘챔피언 반지’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럽 축구 문화에선 낯선 존재”라며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스포츠 반지 문화가 이제 유럽 축구 선수들의 삶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고 전했다.
NBA, NFL, MLB, NHL은 물론, 대학 스포츠와 MLS, NWSL까지 미국 대부분의 프로 및 아마추어 리그에서는 챔피언 반지를 수여하는 것이 하나의 전통이다. 최초 챔피언 반지는 1893년 스탠리컵 초대 우승팀인 몬트리올 하키 클럽에서 비롯됐다. 1930년대 이후부터는 꾸준히 우승 팀에 수여됐다. 과거에는 주머니 시계나 배지, 시곗줄이 쓰였으나, 이후 반지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디애슬레틱은 “반지들은 단순한 악세서리를 넘어, ‘최고 자리에 올랐다’는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챔피언 반지 전문 제작업체 대표인 제이슨 아라셰벤은 “챔피언 반지는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상에 올랐다는 증표”라며 “현역 시절에는 거의 착용하지 않다가, 은퇴 후 자신을 되돌아보며 꺼내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제 유럽 축구 선수들도 스스로 반지를 제작하며 성취를 기념하고 있다. 그 시작을 알린 인물은 첼시 전설 디디에 드로그바다. 그는 2011-2012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자축하며 제이슨 오브 베벌리 힐스에 요청해 특별 제작한 반지를 선수단에 선물했다. 2017-18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같은 회사에 반지 제작을 의뢰했다. 아라셰벤은 “문화적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반지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메달보다 실용적이며, 기념 가치도 뛰어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주얼리 브랜드 MJ Jones는 이 흐름을 영국 내에서 선도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이 브랜드는 리오넬 메시, 라마 잭슨 등 다양한 스포츠 스타들의 의뢰를 받아 커스터마이징 주얼리를 제작했다. MJ Jones 창립자 매튜 J. 존스는 “우리 고객의 95%는 인생에서 의미 있는 순간, 예를 들면 월드컵 우승, 리그 우승, 혹은 자녀 출산 등을 기념하기 위해 주얼리를 찾는다”며 “그 기쁨을 보석이라는 형태로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MJ Jones가 제작한 반지 가격은 2000파운드에서 수만 파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인터 마이애미의 루이스 수아레스, 바르셀로나의 하피냐, 바이에른 레버쿠젠의 제레미 프림퐁, 인터 밀란의 아르나우토비치, 마르쿠스 튀랑, 하칸 찰하노글루 등이 우승을 기념해 팀 동료들에게 반지를 선물하거나 공동 구매했다.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Nove25는 인터 밀란과 협업해 2023-24 세리에 A 우승을 기념하는 팬용 반지를 178유로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대중이 직접 우승을 기념하는 방식으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포츠문화 칼럼니스트이자 브랜드 어드바이저 다니엘 야우 밀러는 “유럽 축구도 미국 스포츠가 제공하는 일종의 쇼와 같은 문화적 부가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챔피언 반지도 그 중 하나로, 향후 리그 차원에서 도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밀러는 “앞으로는 스포츠 스타들이 단순히 반짝이는 목걸이나 시계를 사는 데서 벗어나, 자신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진정성 있는 보석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애슬레틱은 “갖고 다니기 힘든 트로피의 한계를 반지가 잘 메우고 있고 유럽도 반지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