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뉴스핌] 박승봉 기자 = 경륜경정총괄본부는 한때 생계를 위해 동대문 시장을 오가던 무명의 사이클 선수가 한국 경륜사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5일 밝혔다.

본부에 따르면 정종진(20기·SS·김포)이 지난 3일 광명스피돔에서 열린 제18회차 2일차 15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500승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 경륜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정종진은 총 613경주 만에 500승 고지를 밟았으며 평균 승률은 무려 81.6%에 달한다. 이전 최단기록은 2016년 9월 2일, 홍석한(8기·A2·인천)이 793경주 만에 세운 것이었다.
무명의 사이클 선수에서 경륜 최정상에 오르기까지 정종진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중학교 시절 체육 교사의 권유로 자전거를 시작한 그는 서울체고와 실업팀을 거쳤지만 국가대표 문턱은 넘지 못했다. 프로 경륜 선수를 꿈꾸며 18기 후보생 시험에 도전했지만 낙방했고, 이후 2년간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며 훈련을 병행했다.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지만.결코 운동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2013년 20기로 경륜훈련원에 입소해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같은 해 11월 본격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불과 세 번째 출전 만에 첫 승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5년 이사장배 대상경륜에서 첫 대상경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정종진은 그랑프리에서도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2022년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르며 통산 5승을 기록했다. 다승 1위 기록도 2016년부터 2019년, 그리고 2023년까지 다섯 차례 달성했다.
경륜경정총괄본부는 500승 달성을 기념해 경주 직후 광명스피돔에서 기념 행진을 열고 가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념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정종진은 "500승을 달성하게 되어 기쁘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매 경주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7년생으로 올해 38세인 정종진은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60승, 2024년 57승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현재 승률 89%, 연대율·삼연대율 100%를 보이며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최강경륜' 설경석 편집장은 "정종진은 무명에서 시작했지만 성실함과 인내심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며 "그가 어디까지 경륜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갈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정종진은 이제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국 경륜의 살아있는 전설로 우뚝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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