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진핑, 1일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 진행
총 7건 문서 교환…경색 한중 관계 전환점 기대
70조 규모 '원·위안 통화 스와프' 복원 최대 성과
민감 현안 논의 부재…북핵 대응·서해 구조물 등
여야 평가 엇갈려…'빈손 외교' vs '실질적 복원'
전문가 "이보 전진 전기 마련…이미 긍정 변화"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 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 스와프 복원과 경제·민생·치안 분야 6건의 협약 체결으로 관계 재가동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대화 채널을 복구하고 협력 의제를 넓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만 공동 성명 없이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북핵 대응과 한한령, 서해 구조물, 공급망 등 민감 현안에 대한 가시적 합의는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 복원'과 '실익 부족'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양국 간 실제 실행과 후속 협의가 외교 성패를 가를 분기점으로 떠올랐다.
◆ 통화 스와프 연장·협력 MOU 6건 성과…'공동 성명 부재' 한계도
3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경주 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정상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남을 가졌다. 시 주석이 방한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으로, 그동안 중국 측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방한을 거절해 왔다.
이날 양측은 '한중 양해각서(MOU) 및 계약 교환식'을 열고 총 7건의 문서를 교환했다. 이는 양 정상 간 논의한 민생 분야 실직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다. 통화 스와프와 함께 경제·민생·치안 분야를 아우르는 6개의 협력 MOU가 체결됐다.

먼저 양국은 5년 만기·4000억위안(약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한중 간 통화 스와프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첫 체결된 후 양국 상황에 따라 꾸준히 연장·확대돼 온 금융 안전망 제도다. 2009년 첫 체결 시에는 1800억위안(약 30조원) 규모였지만, 2011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대응 차원에서 3600억위안(약 65조원)으로 확대했다. 만기 기간도 2014년까지로 3년 늘렸다.
2017년에는 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만기 이후 두 달 만에 같은 규모로 갱신해 외환위기 안정장치로써의 역할을 이어갔다. 2020년에는 규모를 4000억위안(약 70조원)으로 확대하고 만기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이어 이번 APEC을 계기로 기존 4000억위안·5년 만기 조건을 유지하며 최신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 스와프는 국제 외환시장 안정과 외한 위기시 국가 신뢰도 등에 큰 영향을 주는 제도다. 비상시 한국 원화를 맡기고 중국 위안화를 받아올 수 있어 외환위기 때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최근 이뤄진 체결은 한중 관계 정상화와 경제·정치적 협력 복원을 상징하는 정책적 의미도 크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양국은 다방면에서 6건의 협력 MOU를 체결하며 실질 협력 기반을 다졌다. 체결 분야는 ▲2026~2030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 무역 교류·협력 ▲실버 경제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검역 요건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국은 협력의 축을 민생 체감 분야로 넓히는 데 합의했다.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협력의 큰 틀과 우선순위를 제도화했고, '서비스 무역 교류·협력 MOU'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기반을 마련했다. 고령화 대응과 사회복지 수요 확대에 맞춰 돌봄·헬스케어 기술과 중국의 대규모 실버 산업 시장을 연계하는 '실버 경제 협력'과 청년·스타트업 생태계 교류를 위한 '혁신 창업 파트너십', 한국산 농산물 수출 문턱을 낮추는 '감 생과실 검역 요건' 합의 등도 포함됐다.

이번 MOU는 양국 협력의 무게중심이 전통 제조업·통상 의제에 머물지 않고, 고령화·디지털 범죄·청년 창업·식품 안전 등 체감형 과제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 영향력이 커진 실버·바이오·디지털 영역에서 한국 기업의 협력 기회를 넓힐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반면 민감 현안에 대한 실질적 성과 부재는 분명한 한계로 지목된다. 특히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였던 북핵 대응과 한한령 해제, 서해 중국 구조물 문제, 공급망·안보 이슈 등에서는 가시적 합의나 문서화된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공개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평화 구상을 설명하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 주석의 답변은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식의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대화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을 뿐, 중국의 역할 범위나 구체적 이행 방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을 열어 "시 주석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데 중국이 어떠한 역할을 한다고까지 논의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한중 관계 발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野 "빈손 외교" 비판… 與 "회복 토대 마련한 게 더 큰 의미"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한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화 채널 복원과 민생 협력 재가동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북핵·안보 등 핵심 현안에 관한 실질적 성과 없이 선언적 메시지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권은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을 강조하며 회담의 상징성과 향후 협력 기반 마련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야권은 '공동 성명조차 없는 빈손 외교'라며 회담의 성과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경주 정상회담은 결국 사진만 남은 회담이 됐다. 경제·문화·범죄 대응 등 협력 MOU 6건과 통화 스와프 연장 1건이 체결됐다지만, 정작 정상 간 합의의 증표인 공동 성명은 없었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에 공동 성명과 공동 기자회견이 있던 반면, 이재명 정부는 한 장의 합의문조차 내지 못한 채 관계 복원만 외치는 회담을 치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핵심 의제였던 사드 보복과 희토류 공급망, 한화오션 제재, 서해 구조물, 북핵 대응 등 그 어떤 현안도 구체적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재확인하면서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한중 관계 전면 복원을 자화자찬하지만, 복원은 성과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다. 국익을 문서로 남기지 못한 외교는 실용이 아니라 공허한 연출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연 더불어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에서는 공동 성명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번 회담을 '빈손 외교'라 폄훼하지만, 외교는 종이 한 장으로 평가되는 행위가 아니다. 공동 성명은 형식일 뿐,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결과"라며 "이번 회담은 한중 관계의 실질적 복원을 상징하는 성과이자, 한한령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과 국민들에게 새로운 회복의 길을 여는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한령과 희토류 공급망, 한화오션 제재 등에서 구체적 결과가 없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이들 사안은 단기간에 결론을 낼 수 없는 복합적 현안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협의 채널과 신뢰 회복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 더 큰 의미"라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직접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비확산 원칙과 절차 준수를 강조한 것"이라고 야당의 모든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여야의 평가는 팽팽히 갈리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담을 형식보다 흐름과 신호를 읽어야 할 회담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동 성명 부재나 민감 현안의 성과 부족만으로 회담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드 사태 이후 한중 관계가 사실상 멈춰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양국 정상이 11년 만에 직접 대면해 관계 복원의 방향성을 재확인하고 협력 채널을 재가동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는 해석이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 단장은 "지난 3년간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둔 시기가 일종의 '일보 후퇴'였다면, 이번 회담은 관계 회복을 통한 '이보 전진'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중국도 개선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어 경제·관광 등 실제 교류 측면에서 이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 성명 부재에 대해서는 "현실의 관계 개선 속도와 문서상의 표현은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미 양국 간 분위기와 교류 회복이 진행 중인 만큼, 성명 발표 여부에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공식 확인은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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