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은정 기자 =동원그룹이 최근 HMM 인수 참여를 공식화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식품을 비롯해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국내 제조 기업들은 육상 해상 물류가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많이 들여오는 수산·식품 기업일수록 해상 운임이 오르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곧바로 실적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안정적인 선복을 확보하고 해상 운송망을 그룹 내부에 두어 글로벌 전략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동원그룹은 최근 내부 태스크포스(TF)를 재가동하며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관련 자료 재정비, 인수 검토 등이 진행되고 있다. 동원그룹은 당시 약 6조2000억원을 제시해 하림 측과 불과 2000억원 차이로 막판까지 경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HMM을 인수해 해상부터 육상까지 '원스톱'으로 연결하는 종합 물류체계를 구축한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HMM은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 10위권 기업으로, 인수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가 철강·에너지 시너지를 노리고 있는 반면, 동원그룹은 해운과 식품·물류를 결합한 통합 네트워크를 꾀하고 있다.
해상 운송망 확보는 최근 식품 기업에게 단순한 물류 효율화 차원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식품 산업은 원당, 커피 원두, 곡물, 유지류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를 지속적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해운 운임의 급등과 항만 정체가 반복되면서 조달 리스크가 크게 커졌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자체 선복을 확보하거나 해운사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것은 생산 계획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격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원가 구조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용이해진다. 식품 기업은 전통적으로 마진율이 높지 않은 산업군이기 때문에 물류비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해운 운임이 오르면 바로 제품 가격 압박으로 이어지는데, 기업이 장기 운임 계약이나 전용선 이용권을 확보하면 물류비를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 최종 소비자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유리해진다. 최근 소비자 물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러한 물류 기반 확보는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전략적인 선택인 셈이다.
동원산업은 이미 글로벌 참치 운반선단을 운영하며 해운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단순한 식품 기업이 아닌 해상 물류 강자로 평가된다. 동원산업은 참치 선망선과 연승선 등 35척의 원양어선을 운영하며 수산물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HMR(Home Meal Replacement),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양반', '동원참치' 브랜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며 건강식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와 해외 유통망을 통해 수출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동원그룹은 재무 여력과 물류 자산을 갖추고 있어 HMM과의 시너지도 크다는 평가다. 동원산업(수산), 동원로엑스(물류), 글로벌터미널부산(DGT·부산 신항 운영사)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HMM을 더하면 해양·항만·물류·식품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다. 원재료 조달부터 해상 운송, 항만 하역, 내륙 물류, 최종 가공·유통까지 묶을 수 있어 콜드체인 경쟁력이 강화된다. 해상 운임 변동 리스크도 자체 선복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동원그룹의 이와 같은 움직임이 공급망 확보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기업이 해상 운송망을 확보하면 신선·냉동 식품의 글로벌 수출입 시 대량 저비용 운송으로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시장 다변화와 경제 안보를 높이는 이점이 크다"라며 "또한 안정적 원료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 부담을 해운사와의 파트너십으로 극복하는 것이 긍정적 전략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식품 기업의 해상 운송망 확보는 단순한 운송 효율 개선이 아니라 원재료 조달 안정성, 비용 경쟁력, K-푸드 수출 확대, 온라인 채널 강화, ESG 실천을 모두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볼 수 있다"라며 "최근 기업들이 해운사에 관심을 높이는 이유는 결국 '공급망의 주도권을 스스로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yuniy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