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전문금융업체인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에서 전 대표의 배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감사 과정에서 전 대표의 배임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즉시 보고했다. 금감원은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가 보고한 사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컴 측은 “배임 사실이 파악된 즉시 전 대표에 대해 즉각 해임 조치를 내리고 해당 사실에 대해 금감원 보고를 마쳤다”면서 “추후 소 제기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는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 신기술사업금융회사다. 지난해 중동파이넨스를 인수해 사명을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로 변경했다. 한컴 측은 회사 인수 과정에서 전 대표의 배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신임 대표 공모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 배경에서다.
이번 배임 사건은 여신업계 임직원의 횡령·배임 및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제재 조치에 나서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금융당국이 해당 사건에 대해 감독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8월 롯데카드에서 105억원 규모 배임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금감원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검찰 고발 정도 밖엔 없었다.
처벌 및 검사 조항이 신설됐지만, 여전사에 대한 내부통제 규제는 여전히 여타 금융권 대비 강도가 낮은 수준이다. 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 사례와 같이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카드사나 캐피털사 등에게는 별도 공시 의무가 없다. 자기자본의 2%를 초과하는 금융사고에 대해서만 공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달 발생한 비씨카드 직원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자체 증액해 16억원을 부당대출한 사건 역시 본질적으로 횡령임에도 별도 공시 없이 금감원 보고만으로 후속 조치가 마무리됐다.
상장기업들이 해당 사실을 즉각 공시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상장사의 경우혐의 발생 이후에도 진행상황에 대한 공시와 횡령·배임사실 확인에 대한 공시 등을 내도록 규정하며 강하게 규제한다.
여전사의 건전성이 은행이나 상장사 대비 투자자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전사의 내부통제에는 구멍이 존재한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여타 금융업권에는 책무구조도 수립 등을 통해 비교적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요구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없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여전사에서는 2018년 53억2900만원, 2019년 35억2800만원, 2020년 8억1100만원, 2022년 7억9500만원, 2023년 92억2400만원 등 횡령·배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