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희의 향기로운 술 이야기]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보양주 못다 한 이야기

2024-11-18

지난 시간에 이어 보양주에 대해 마무리를 해야겠다. 이 술이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았다. 일단 동물성 재료로 술을 빚는다는 부분과 맛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동물성 재료는 발효하는데 많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술빚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지금까지 전해진 것은 별로 없지만 이런 지혜를 통해 우리 술이 나아가는 길을 좀 더 확장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네 번째로 사용했던 재료는 북어이다. 북어는 명태를 말린 것으로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되지만 우리는 제일 먼저 해장국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저녁에 술 한잔하고 들어오시면 다음 날 아침 부엌 한편에 있는 북어를 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부드럽게 만든 후 고소한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파와 마늘 그리고 달걀을 풀어 마무리하면 까칠한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시원한 속풀잇국이 완성된다. 드시면서 시원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공감이 많이 간다.

그럼 먼저 명태에 대해 유래부터 알아보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함경도 명천(明川)에 성이 태(太) 씨인 사람이 고기잡이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이름을 아무도 몰라 고을 사람들은 명천에서 ‘태’ 씨가 잡았다고 해서 ‘명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마른 명태를 북어라고 이르게 된 것은 함경도가 북쪽에 있어서 남쪽에서는 볼 수 없는 물고기라 북어(北魚)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명태 유래는 '새 국어 어원사전'에서 요약했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은 북어가 숙취 해소에 좋다고 하니 나의 호기심에 북어로 끓인 물을 술빚는 데 사용하면 가능하겠다는 실험은 이미 앞에 사용한 소고기, 돼지 뼈, 닭이 있었기에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주 수월했다. 다만 하나만 쓰는 것보다 혹시 모를 냄새를 잡기 위해 마늘과 파를 함께 넣어 준다면 더 효과가 좋겠다는 생각에 모든 재료를 넣고 푹 끓인 후 그 국물로 된죽을 쑨 뒤, 차게 식혀 누룩을 넣어 7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완성한다. 멥쌀을 깨끗하게 씻어 24시간 불린 뒤 건져 고두밥을 찐 다음 차게 식힌다. 빚어 놓은 밑술과 함께 버무려 한 달간 발효시켜 술은 완성한다. 술을 빚는 과정은 어느 한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원재료의 맛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숙성의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술을 걸러 맑게 여과한 후 냉장고에서 두 달 정도를 넣어두고 기다렸다. 여전히 술은 맛보기 위한 기다림은 참 행복하다.

하얀 술잔에 떨어지는 맑은 노란빛이 나의 눈을 행복하게 하고, 입안으로 들어오는 첫맛은 입안에 퍼지는 시원한 맛과 함께 뒤에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탄산 감이 나를 설레게 했다. 발효가 다 끝나면 느낄 수 없는데 이 술은 유난히 탄산 감이 많이 느껴졌다. 냄새에 민감해 혹시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이로써 보양주 사총사는 나의 무한한 술 세계의 또 다른 시작점과 함께 스스로 기쁠 수 있는 만족감을 선물해 주었다.

이런 행복이 내가 술을 선택하는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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