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제원 ‘공소권 없음’…피해자 측 "어떠한 사과도 못 받아, 수사 결과 발표해야"

2025-04-09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혐의(준강간치상)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인 가운데 피의자 사망으로 인해 사건의 실체가 묻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찰수사규칙 제108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게 돼 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전 의원을 고소한 전 비서 A씨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A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씨는 "사건이 이대로 종결되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이뤄진 수사를 바탕으로 성폭력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로부터) 어떠한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끝날 때까지 온전히 가해자의 손에 의해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담하다"고 호소했다.

A씨의 고소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경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A씨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회 등을 마쳤으며, 사건 발생 직후 서울해바라기센터를 통해 A씨의 특정 신체 부위, 속옷에서 채취된 남성 DNA가 장 전 의원과 일치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만을 남겨둔 상태였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의 사망이 기소 여부에는 장애가 될지 몰라도 범죄 사실을 판단하는 유무에는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선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진영논리에 따라 위력 성폭력 사건을 입맛대로 악용했던 정치인들이 자성하고 잘못된 단추를 풀어서 다시 채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난 7일부터 36시간 동안 개인과 단체들로부터 받은 1만1626건의 탄원 연명을 서울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장 전 의원은 부산의 한 대학교 부총장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를 상대로 성폭력을 한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경찰에서 처음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는데,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A씨 측은 사건 당시 강남구 호텔 방 안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장 전 의원이 A씨 이름을 부르며 심부름시키고, A씨를 다시 끌어당기며 추행을 시도하는 정황 등이 담겼다. 또 A씨는 사건 당일 해바라기센터로 간 뒤 응급키트로 증거물을 채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A씨의 신체와 속옷 등에서는 남성 DNA가 검출됐다. 당초 A씨 측 법률대리인은 당초 이달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 경위 등을 설명할 계획이었으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취소했다.

이를 두고 미투 변호사 출신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피의자가 사망하는 경우 수사를 마무리하는 '공소권 없음'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공적 책임이 강하게 요구되는 저명 인사들이 범죄 의혹을 법적 절차로 해소하지 않고 죽음으로 회피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해자의 사망으로 인해 사건의 실체가 묻히고, 피해자는 끝내 억울함을 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공소권 없음이라는 제도가 피해자에게는 또 하나의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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