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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키우는 동물은 이제 단순히 즐기고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다. 함께하는 짝,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가까이 두고 귀여워한다는 ‘애완’이 아니라 짝을 뜻하는 ‘반려’를 붙여 ‘반려동물’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동물이 정서적으로 더 교감을 나누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 보니 반려동물 가운데 대표적인 ‘개’를 가리키는 말도 달라져 간다.
집에 개가 있는 사람들은 그 개가 다 컸어도 ‘개’라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강아지’라고 한다. ‘강아지’라고 해야 더 친하고 가까워 보인다. ‘개’는 조금 거리를 두는 느낌을 준다. ‘개’에서는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의미가 읽히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자기 집 ‘강아지’를 ‘개’라고 불러도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다. ‘강아지’가 바른말처럼 여겨진다. 반려동물은 ‘개’가 아니라 ‘강아지’로 바뀌어 간다.
고양이는 일찍이 그랬다. 옛날에 ‘고양이’는 ‘괴’였다. ‘괴’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이 ‘고양이’였다. ‘괴’에 작은 것을 가리키는 말 ‘앙이’가 붙어 ‘괴앙이’ ‘괴양이’로도 불리다가 ‘고양이’가 됐다. 이제는 다른 말들에서 ‘괴’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쓴 것을 뜻하는 ‘괴발개발’, 개 짖는 소리와 고양이 우는 소리라는 뜻의 ‘개소리괴소리’에 ‘괴’가 보인다. ‘개’와 달리 ‘괴’가 홀로 쓰이는 일은 없어졌다. ‘돼지’도 본래는 새끼를 뜻하는 말이었다. 윷놀이에서 ‘도’가 ‘돼지’인데, 이 ‘도’(원말은 돝)에 작은 것을 뜻하는 ‘아지’가 붙어 ‘되아지’ ‘되야지’ ‘도야지’로 불리다가 ‘돼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