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한강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발표되자마자 각계 반응은 뜨거웠다. 가장 격렬히 환영한 곳은 역시 출판계였다. 수상 발표 후 일주일 만에 한강의 책 판매량이 100만부를 돌파했고, 반동효과로 전반적인 문학서적의 판매율이 같이 오르고 독서모임의 수가 늘어났다. 그러나 책에 대한 환영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민도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성인의 종합 독서비율은 43%로, 19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젊은 계층의 문해력이 낮아져 단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문해력은 독서에서 나온다. 올바른 독서는 단순히 단어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한 권의 책을 읽고 주제를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내는 최적의 방법이다. 독서 경험은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워주며, 독서량이 많을수록 이 능력이 자연스러워지고 습득이 빨라진다. 짜깁기한 텍스트를 읽어내는 것만으로는 문해력을 키울 수 없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은 바퀴와 같아서 더 이상 완벽해질 수 없다’고 확언한다. 형태는 달라져도 독서를 통해 글의 맥락을 파악하여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책의 본질적 형식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독서의 힘은 다양한 형식으로 변형된 세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주제를 찾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 있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직 교사 대부분이 반대하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분분하다. AI가 제공하는 요약된 정보와 파편화된 지식이 맥락 이해도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을까. 앞서 AI 교과서를 도입했던 핀란드는 집중력과 문해력 저하를 이유로 책을 활용한 교육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많은 연구는 화면 기반 읽기가 인쇄 활자를 읽는 것보다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질문하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질문을 위해선 양질의 정보를 저장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독서는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독서는 세상을 파악하고 세상에 대한 질문을 생성하는 양질의 도구다. 지금 우리에게,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