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만 문제?…간호·약사·의사 등 의료계 파열음

2025-03-03

2024년 3월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현장을 이탈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봉합되지 못한 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오히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파업과 연계된 문제들이 파생돼 간호사·약사·한의사 등의 직역 간 잡음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당장 간호법 시행령,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인한 갈등과 한의사들의 의료기기(X-ray) 사용 등이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20년 불법 운영 PA, 뒤늦은 합법화에도 문제 여전= 2024년 간호사의 업무범위와 처우개선, 서비스 체계 개선을 위해 간호법이 제정됐다. 전공의 파업으로 수련병원에 공백이 생기자 그동안 법적지위없이 운영돼 오던 진료지원간호사(PA·Physician Assistant, 현장에서는 전담간호사로 불림)를 양성화하고 나선 것이다. 간호법은 6월 시행되며 하위법령(시행령)은 3월 중 입법예고될 예정이다.

PA는 의료현장에서 20년 넘게 운영돼 왔다고 한다. 주로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는 흉부외과 같은 비인기과에서 전공의 역할을 대신해 온 것이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지만 이들에 대한 의료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간호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PA에 대해 반대해 왔다. 반면 수련병원은 전공의가 나간 자리를 대신하는 PA에 반대할 수 없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흉부외과 등 일부 과는 과거에도 전공의가 없어 PA간호사가 함께 했다. 법안 통과 이후 우리 병원도 더 확충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전공의를 키워 전문의를 배출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안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할 시행령의 핵심은 PA의 직무범위다. 복지부는 지난해 PA시범사업에서 튜브삽관(일부)이나 위험한 수술에 대한 보조행위 등 70여개의 업무를 허용했었다. 앞으로 마련하게 될 시행령에는 이 중 일부가 담길 전망이다.

의사협회는 입법예고될 시행령안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사 업무는 의사가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는데 법안이 통과됐으니 지금 찬반은 의미가 없다”며 “다만 업무규정이 만들어지는 것과 더불어 앞으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능력검증에 대한 요구 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 대체조제, 의사단체는 “절대불가”= 의사와 약사의 전문의약품(처방의약품) 조제문제는 의료계의 또 다른 뇌관이다.

보건복지부는 1월21일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3월4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2월28일 현재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에는 221건의 찬반 의견이 제시됐다.

대체조제는 처방전에 적은 의약품을 성분·함량 및 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조제하는 것이다. 가령 타이레놀 대신 펜잘을 주는 식이다.

대체조제를 하기 위해서는 약사가 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 등 약사법에서 규정한 일부의 경우 의사에 사후 통보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의사에 전화나 팩스를 하는 대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에 기재해 간접보고하는 것이 골자다.

약사들은 대체조제가 의약품 품절·공급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처방 의약품이 동나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대체조제로 환자에게 동일 성분의 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리적 부담 감소도 한몫한다. 의료기관 옆 약국 처방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쉽사리 대체조제를 하기 어렵고, 대체조제에 대한 번거로움도 뒤따른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약국에서 의료기관에 직접 통보하는 심리적인 부담이 존재하는데, 업무포털 서버에 올리면 부담이 적어진다”며 “또 의약품 품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환자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업무포털) 시스템에 올리게 되면 형식상 바로 볼 수는 있지만, 연락해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며 “(의약품 품절 문제는) 제도가 불합리해 제약회사들이 만들지 않거나 수입이 안 되는 것이니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지 법을 바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의약품 품절은 약가 인하, 원료 수급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복지부 시행규칙의 처리 전망을 놓고도 시선이 엇갈린다. 최헌수 실장은 “(시행규칙은) 타당성, 시행 가능 여부, 입법 취지 부합 여부 등을 따질 것”이라며 “당위성은 분명히 있고, 정부가 낸 입법안(시행령)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면 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 대변인은 “그렇게 그냥 쉽게 바꾸지 못한다. 저희가 반대 의견도 내야 할 것이고, 상위 법령과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전공의 빠진 자리 공보의, 한의사가 노린다= 의사단체와 가장 크게 마찰을 빚는 곳 중 하나가 한의사단체다.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X-ray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선언은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적극 반발했다. 의협은 “법원은 형사상 유죄를 판단함에 있어 한의원이 명시적으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소극적인 해석을 했을 뿐”이라며 “어디에도 ‘한의사가 X-ray를 사용할 수 있다’거나 '한의사가 사용해야 하게 한다'는 해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파업으로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을 위한 공중보건의가 감소하자, 한의사단체들이 ‘처방의약품 등 진료권’ 부여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료 취약지역에 한의과 공보의 활용이 필요하며, 이들에게 처방 의약품 등 진료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협회는 현행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농어촌의료법)에는 간호사·조산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24주 이상의 직무교육을 받아 보건진료 전담공무원 자격을 부여받고, 이들이 진료·처방행위를 할 수 있는만큼, 한의사도 예외 조항에 추가해 공보의를 역임하는 동안만 처방 권한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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