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아빠의 재테크 상담소
“뭐 귀찮게 그런 걸 하나. 분산컴퓨팅으로 기여하고 싶으면 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전 세계 PC를 엮은 네트워크로 분석해 외계인의 존재를 찾으려는 계획)나 돌리라고.”
“하긴 수량이 한정된 전자화폐가 돈을 대신한다니, 화폐금융론도 한 번 안 봤나.”
2010년 상반기 어느 날, 수도권 공대 교수와 경제학을 전공한 신문사 정보기술(IT) 담당 기자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다. 나카모토 사토시가 2009년 1월 3일 첫선을 보이고 한동안은 PC만 돌려도 채굴이 어렵지 않았다. 10분마다 50개씩, 하루 7200개의 코인이 생성되던 때다. 직접 캐기 귀찮다면 개당 5원쯤 하던 비트코인을 그날 소주값만큼만 샀어도 1만개는 됐을 것이다. 두 얼간이는 결국 비트코인을 한 개도 캐지 않았고, 사지도 않았다. 라떼 아빠 얘기다.
1조5000억원짜리 피자 두 판
뭐 우리만 바보짓을 한 것은 아니다. 코인 채굴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난 2010년 5월 18일 미국의 프로그래머 라슬로 한예크는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당시 피자 두 판 가격인 40달러에 해당하는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하겠다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나흘 뒤 한 네티즌이 1만 비트코인을 받고 피자를 주문해 한예크에게 전달했다. 비트코인이 처음 실물거래 수단으로 사용된 셈이다. 이를 기념해 매년 5월 22일을 ‘비트코인 피자데이’로 부르기도 한다. 석 달 뒤인 8월에는 1만 비트코인은 8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현재 가격은 1조4800억원쯤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피자다.

종잣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면 누구나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하지만 실제로 대박을 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아, 그때 투자했으면’ 하고 후회할 뿐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세상을 바꿀 선도 종목을 발굴하는 것은 어렵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물론 애플·테슬라·엔비디아 같은 대형 테크 종목의 성공 사례를 보면 뭐가 어렵나 싶겠지만 실제로 수익을 내기는 만만치 않다. 첫째로 매일 수십, 수백 개씩 쏟아져나오는 신기술 가운데 어느 게 알짜고 어느게 쭉정인지 모른다. 둘째로 매의 눈으로 성공할 종목을 골랐다 해도 충분히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기관은 돈을 벌고, 개인은 돈을 잃는다.
25년간 횡보하던 주가, 20년 새 500배로
애플 주식을 보자. 1994년 10월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주인공이 애플에서 온 편지(주주총회 통지서처럼 보인다)를 받고는 “중위님이 내 돈을 관리해 주셨죠. 무슨 과일회사에 투자했다며 우린 이제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더군요”라고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개봉 당시 애플 주가가 0.4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00달러를 넘나드니 주식투자로 대박을 쳤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큰돈을 벌기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