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블록스, 약관 위반 이유로 ‘맵 폐쇄’
“비주류 주장, 대안적 통로 찾는 듯”

12·3 불법계엄과 부정선거론, 중국혐오 등을 옹호하는 집회가 메타버스(가상현실)로도 번졌다. 최근 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에서 ‘윤 어게인(윤석열 어게인)’ 집회가 열려 게임사 측이 맵(가상공간)을 폐쇄했다. 극단적 음모론의 생산·재확산이 기존의 온라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가상 공간에서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1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는 지난 15일 ‘YOON AGAIN 행진맵’ 등을 폐쇄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가상공간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미국 메타버스 게임으로 주 이용자는 10대 청소년이다. ‘YOON AGAIN 행진 맵’은 자신들을 ‘청년·청소년 연합’이라고 소개한 ‘로블록스 사이버행진 애국대학’이 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로블록스에서 계엄 옹호·혐중 집회를 수차례 열었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집회 장소는 대통령실·국회의사당 등을 재현한 맵이다. 혐중집회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혐오·비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깔았고, 이용자 수십명의 캐릭터가 ‘YOON AGAIN’ 등이 쓰인 손팻말과 태극기를 들고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집회 중에는 ‘10대가 미래다’라는 구호도 나왔다.


주최 측은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혐중집회를 개최한 보수단체 ‘자유대학’을 모방했다. 자유대학 관계자는 최근 이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대견하다” “(자유대학이) 못하는 행진 로블록스에서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이 관계자는 “(참가자가) 주로 10대가 대부분일 것 같다”며 “너무 고맙고 존경한다”고도 했다.
로블록스는 지난 15일 이들이 집회를 진행하던 가상공간을 약관 위반 등 이유로 폐쇄했다. 애국대학 측은 공지를 내 “(가상 집회는)비상계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한 시위”라며 “(게임사) 정책상 정치 선동·특정 정치세력 지지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시위·재현·표현은 허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고가 접수돼 자동 제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며, 현재 개발진은 로블록스 측에 현행 정치 시위가 아닌 역사적 시위임을 명확히 소명하며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1일에 ‘대규모 집회’를 다시 열겠다고 예고했다.
로블록스에서는 지난해에도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맵이 만들어져 논란이 됐다. 게임사는 이 맵의 존재가 알려지자 즉시 이를 폐쇄했다.
음모론과 혐오를 주장하는 시위가 가상현실로 확산하면서 어린이·청소년들이 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우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연구교수는 “(음모론 등이) 로블록스로 옮겨간 건 세대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며 “주류화되지 못한 극우적 주장이 대안적 통로를 찾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0대를 포함한 청년·청소년층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고,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는 제도권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선동적 메시지가 사회의 약한 고리인 이들에게 향해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