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투자 명가 베일리 기포드, 차기 테슬라로 '이 기업' 찍었다[마켓시그널]

2025-12-04

전 세계 기업 중 3~40개만을 엄선해 최소 5년 이상 투자하는 초장기 투자 철학을 지닌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가 차세대 ‘테슬라’로 로켓랩, 레딧, 듀오링고를 지목했다.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투자 열풍 속에서도 미국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스튜어트 던바 베일리 기포드 파트너는 2일 서울 여의도 신영자산운용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술주가 아닌 성장주 투자자”라며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구조적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1655명의 베일리 기포드 직원 중 단 59명만 존재하는 파트너로 유망 기업 발굴과 장기 전략 수립 등 회사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

베일리 기포드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스코틀랜드 기반 글로벌 운용사로 운용 자산만 400조 원이 넘는다. 외부 주주가 없는 파트너십 구조 덕분에 분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단기 성과보다 경제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실물 투자에 집중하는 체제를 갖췄다. 베일리 기포드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빅테크의 잠재력을 일찍이 간파해 선제적으로 투자한 운용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철학은 알파벳에 대한 베일리 기포드의 관점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베일리 기포드는 알파벳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있다. 던바 파트너는 “AI 언어모델(LM)은 검색엔진의 본질을 뒤흔들 기술이며, 3~5년 뒤 사람들은 더 이상 검색창에 타이핑하지 않고 AI에게 직접 질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벳이 칩 제조로 사업 모델을 전환할 가능성은 있으나 이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라며 “AI 시대의 장기 투자자는 변화되는(disrupted) 기업이 아니라 파괴를 일으키는(disrupting) 기업에 베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 지역에 대한 접근법도 ‘국가’가 아닌 ‘기업’ 중심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던바 파트너는 “미국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시선이 분산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아시아와 중남미 기회를 심각하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일리 기포드는 중남미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메르카도리브레를 포함해 국내에서는 쿠팡,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구조적 성장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아마존이 뚫지 못한 시장이 한국과 중남미”라며 “쿠팡과 메르카도리브레는 자국 플랫폼 생태계를 장악했고 이는 장기적으로 큰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일리 기포드가 다음 테슬라 후보로 지목한 로켓랩·레딧·듀오링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던바 파트너는 이번 신규 종목 편입은 매매 회전율이 낮은 베일리 기포드 입장에서도 ‘상당히 큰 변화’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로켓랩에 대해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대량 발사 모델과 달리 고객 맞춤형에 특화돼 있어 시장 수요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은 로켓랩의 장기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발사 사업은 향후 5년 내 10배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성 제조부터 부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통합 모델을 갖춘 로켓랩이 궤도 투입 비용 하락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딧은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도 본격적인 수익화를 시도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형 플랫폼”으로 평가했다. AI 기반 추천·광고 엔진 도입 이후 수익 구조가 본격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듀오링고는 AI 학습툴에 의해 대체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게임화한 학습 구조와 ‘스트릭’ 기능을 바탕으로 1억 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으며 유료 전환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는 “듀오링고의 학습 방식은 단순한 AI 튜터와 다르며 더 넓은 교육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베일리 기포드의 투자 방식은 철저히 ‘경영진과의 직접 대화’에서 출발한다. 던바 파트너는 “어떤 기업이 마음에 들어도 경영진 철학과 태도를 확인하지 않으면 절대로 큰 비중을 담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번 분기 실적을 묻지 않고 ‘5년 뒤 기업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장기 투자자는 단순히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행동 자체를 장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이른바 AI ‘몰빵 투자’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AI 산업은 겉보기에는 승자가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경쟁자가 존재하는 복잡한 생태계”라며 “개별 종목보다 다양한 기업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바스켓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최근 시장에서 소외된 헬스케어·바이오를 유망 섹터로 제시했다. 그는 “AI 기반 신약 개발과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며, 지난 5년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는 되레 향후 성장 여력을 크게 남겨둔 것”이라며 “몇 년 안에 글로벌 신약 개발에서 큰 진전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