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압송한 군사 작전의 정당성 근거로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다시 꺼내 들면서, 20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의 중남미 개입 논리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먼로 독트린을 직접 언급하며, 외국 정상 체포라는 초유의 조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제시했다.
그는 먼로 독트린을 "20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 외교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이름 도널드(Donald)를 빗대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이라고 농담 섞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통해 천명한 외교 원칙으로, 유럽 열강의 서반구 개입을 배제하는 대신 미국도 유럽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당시에는 독립 직후 중남미 국가들을 유럽의 재식민화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였지만, 이후 미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반복적으로 활용돼 왔다.
실제로 이 독트린은 19세기 말 프랑스의 멕시코 개입 저지, 190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루스벨트 계론(Roosevelt Corollary)'을 거치며 중남미 내 불안정 국가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확장됐다. 냉전기에는 쿠바 미사일 위기 대응과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권 견제 등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 명분으로 사용됐다.
미주리대 역사학자 제이 섹스턴 교수는 "역사적으로 베네수엘라는 먼로 독트린의 여러 보완 논리와 계론이 등장하는 계기나 명분이 돼 왔다"며, 19세기 후반부터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이 반복돼 왔다고 설명했다.
텍사스대의 그레첸 머피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급이 과거 대통령들과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개입을 막는다는 명분에서 출발한 먼로 독트린은 시간이 지나며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상업적·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관리'하는 논리로 변질돼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마두로 집권 하에서 "외부 적대 세력을 서반구로 끌어들이고,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적 무기를 확보해 왔다"며 이를 먼로 독트린의 '중대한 위반'으로 규정했다. 그는 "새 국가안보 전략 하에서 서반구에서의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백악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 전략에는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계론(Trump Corollary)'이라는 표현이 명시됐다. 이 문서는 마약 밀매 차단과 이민 통제를 명분으로 한 서반구 내 군사적 개입을 통해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두로 체포 작전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대담한 군사 행동이라는 데 주목한다. 미국이 1990년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전 대통령을 체포한 전례는 있지만, 현직 국가 원수를 수도 급습 작전으로 연행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섹스턴 교수는 "이번 작전은 단기간의 '타격 후 철수'로 끝날 사안이 아닐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장기 개입으로 이어질 경우, '영원한 전쟁'에서 벗어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기조와 충돌하고, MAGA 진영 내부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번 사태가 먼로 독트린이 여전히 미국 외교 정책에서 살아 있는 개념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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