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은 맑은 날씨, 물 위는 레저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된다. 최근 아웃도어 애호가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수상 레저가 바로 팩래프트(Packraft)다. 작게 접어 배낭에 넣을 수 있는 가벼운 고무보트로, 공기를 주입하면 어디서든 펼쳐 탈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아웃도어 문화를 열고 있다.

날씨가 맑았던 지난 주말, 충북 제천 청풍호로 향했다. 굽이진 길을 달려 도착한 런칭지에는 온라인 카페 ‘팩래프트코리아’를 운영하는 최정훈(닉네임 최 감독) 씨와 회원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장비를 꺼내 보트에 공기를 주입하니 금세 단단한 배가 완성됐다. 물에서 즐기는 레저인 만큼 구명조끼, 귀중품을 지키는 드라이백, 패들은 필수였다.


이날 무료 입문 교육을 받는 회원도 있었다. “무료로 입문 교육을 해주시는 이유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최 감독은 “13년 전 우연히 알게 된 MRS라는 팩래프트 브랜드의 전 세계 1호 구매자가 됐지만, 당시에는 방법을 몰라 혼자 좌충우돌 부딪히며 기술을 터득해야 했다”며 “누군가 조금만 알려줬다면 더 쉽게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경험을 계기로 온라인 카페를 만들고 사용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고, 지금도 관심은 있지만 첫발을 내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입문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준비운동과 기본 교육을 마친 뒤 물 위로 나섰다. 자세를 고정하고 패들링을 시작하자, 팩래프트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고요한 수면 위를 흘러갔다. 선두에 선 최 감독을 따라 청풍호를 가르며 나아가니,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었다. 잠시 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산과 하늘이 호수에 비쳐 마치 물 위에서 하늘을 노 저어 가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 순간 ‘자연에 스며든다’는 말의 의미가 온전히 와 닿았다.

그때 고글을 쓴 강아지를 태운 팩래프트가 유유히 지나갔다. 반려견 쿠모와 함께 서울에서 온 이훈구 씨는 이번이 세 번째 투어라고 했다. 그는 “평소 백패킹을 즐기는데,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수상 레저를 찾다 팩래프트를 알게 됐다”며 “쿠모와 함께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무인도에서 백패킹을 즐기기 위해 캠핑 장비까지 배에 실어왔다. 최 감독은 “청풍호에는 뭍과 떨어진 무인도가 많아 캠퍼들이 자연 속에서 오롯이 몰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적지인 무인도에 도착했다. 회원들은 이곳을 ‘부쉬섬’이라 불렀다.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보트를 뒤집어 테이블로 삼은 뒤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니 수박, 무화과, 빵, 콜라 등이 한 상 가득했다. 물놀이 뒤 먹는 음식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또 있었다. 식사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오늘은 ‘쓰줍데이’입니다”라며 종량제 봉투를 꺼냈다. 예전부터 동호회 회원들과 쓰레기 줍기 하는 날, 일명 ‘쓰줍데이’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무인도나 오지를 다니면서 쓰레기 줍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20L 종량제 봉투 세 개가 금세 가득 찼다. 짐은 늘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회원 김영돈 씨는 “잠시 머문 자연이지만 깨끗하게 치웠다는 뿌듯함에 마음이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 같은 풍경이지만 아쉬움이 더해져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다시금 새로운 모험을 기다리게 만든다.

투어를 이끈 최 감독은 “아직 팩래프트가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다”며 “혼자 애쓰지 말고 카페를 통해 입문 교육을 신청하면 언제든 무료로 알려드릴 테니 함께 즐겨 보자”고 전했다.

저수지와 강, 도심 하천 등 다양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팩래프트는 하이킹·백패킹·낚시·자전거 여행과 결합해 하이브리드 아웃도어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pack(배낭)’과 ‘raft(보트)’의 합성어인 팩래프트는 ‘자전거+팩래프트’를 더한 ‘바이크래프팅’으로도 불린다. 보통 내구성이 강한 나일론이나 TPU 소재로 제작돼 계곡, 호수, 강은 물론 급류(화이트워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대표 브랜드로는 미국의 알파카 래프트(Alpacka Raft), 중국의 MRS(Micro Rafting System), 독일의 안피비오(Anfibio Packrafting)가 있으며, 해외에서 이미 대중화된 데 이어 국내에서도 동호회 활동과 개인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