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전기차 업체 BYD 선전 본사를 가다

2024-11-24

‘Build Your Dreams’(네 꿈을 펼쳐라)

중국 선전 바오안 국제공항에서 BYD(비야디) 본사로 향하는 도로엔 유난히 이런 로고를 뒤편에 부착한 차량이 눈에 많이 띄었다.

BYD 관계자가 그중 한 대를 가리켰다. 그는 “동양 문화의 특징과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살려 만드는 ‘왕조 시리즈’(한·당·진·송·원)의 하나로, 저 차는 한(漢) 모델”이라며 “전기차를 통해 친환경 녹색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로고에 담았다”고 말했다. 앞글자를 조합하니 그룹의 이름(BYD)이었다. 잘 지은 브랜드 슬로건이다 싶었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판매 1위 전기차 업체로 부상한 중국 BYD가 최근 대규모 미디어 행사를 열었다. 한국 언론을 초청해 지난 18일부터 닷새 동안 선전 본사와 생산 공장(선산 공업단지), 자동차 안전·전자파 상호 간섭·소음 측정 등 연구개발 실험실, 충칭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시설 등을 공개했다. 내년 초 한국 진출을 앞두고 차량의 품질 우수성과 기술 및 가격 경쟁력,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BYD와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로 첨단산업 발전 속도가 빠른 지역이다. 신차 판매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율만 봐도, 선전은 70%를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중국 평균인 40%를 훨씬 웃돈다.

지난 19일 14만㎡ 면적의 BYD 선산 구아부 생산 공장을 찾았다. 10분당 1대꼴로 전기차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1740대의 로봇 장비를 비롯해 87%가 넘는 생산공정 자동화율에 힘입은 결과”라고 소개했다.

중국 내수 시장을 평정한 BYD는 해외로 뻗어 나가는 중이다.반(反)중국 노선을 분명히 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일 선전 본사에서 한국 언론과 만난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영업사업부 총경리(CEO)는 “중국을 겨냥한 관세장벽은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이득에 반하는 행위”라며 “BYD는 해외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가성비 높은 제품의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 진출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류쉐랑 총경리는 “내년 1월에 정식 브랜드(BYD코리아 승용사업 부문) 출범 행사를 하고 한국 시장 진출 모델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6개 딜러사와 제휴 계약을 이미 마쳤으며,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 전시장도 동시에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상륙 차종은 바다 시리즈의 대표 모델인 ‘SEAL’(씰)과 ‘돌핀’, 왕조 시리즈의 ‘아토3’가 유력하다. 모두 중형 이하 크기로, 국내 승용차 중에선 기아의 니로EV나 EV3,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6, 코나EV 등과 동급이거나 약간 큰 수준이다.

씰과 아토3를 직접 몰아봤다. 씰은 이름처럼 물개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차체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고, CTB(Cell-to-Body) 기술을 처음 적용한 차량답게 부드러운 코너링과 급제동·급가속 시에도 안정적인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닝리방 BYD 바다 시리즈 제품 총괄은 “CTB 기술 덕분에 차량의 섀시에서 철강 부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배터리를 결합함으로써 차량의 전체적인 높이를 낮출 수 있었다”며 “그로 인해 차량 실내에 그만큼 더 큰 활용 공간이 나오고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 개선에서도 좋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BYD 그룹 산하엔 왕조 시리즈와 바다 시리즈(씨걸, 씰, 돌핀, 씨라이언) 외에도 개인 맞춤형 브랜드인 팡청바오(Bao5, Bao8)와 BYD와 다임러의 합작 브랜드 덴자(D9, N7, Z9GT), 프리미엄 브랜드 양왕(U8, U9) 등이 있다.

중형 SUV인 Bao5와 대형 SUV인 U8의 시승 행사도 이날 함께 열렸다. 급경사를 거침없이 오르내렸고, 각각의 바퀴와 연결된 4개의 구동 모터가 독자적인 제어력을 갖춰 울퉁불퉁한 험로도 큰 무리 없이 통과했다.

특히 U8은 제자리에서 360도를 회전하는 ‘탱크 턴’과 보트처럼 뜬 상태로 물웅덩이를 건너는 ‘비상시 부유’ 성능을 장착했다. BYD 선전 본사 앞마당에 전시된 스포츠카 U9은 차체가 토끼처럼 껑충 뛰어오르는 퍼포먼스를 펼쳐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가의 이들 차량은 한국 진출의 ‘첨병’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씰 등의 성적표에 따라 향후 국내 도입 시기와 일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BYD는 내년 초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해마다 1종 이상의 모델을 한국 시장에 들여올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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