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모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사모 시장 투자는 안정적인 수익과 낮은 변동성으로 기관 투자가들의 자산 배분에 있어 필수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그 흐름은 개인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상품 구조의 다양화 △규제의 유연화 △디지털 기술의 진보는 개인들이 사모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장기자산펀드(LTAF), 유럽의 유럽장기투자펀드(ELTIF), 그리고 UCI Part II 같은 새로운 펀드 구조는 사모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했다. 특히 에버그린 펀드(정해진 만기 없이 중도에 환매할 수 있는 펀드)는 유동성과 접근성을 높이며 개인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각 나라의 규제 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투자자의 재무 적합성 검토를 통해 책임 투자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베인앤컴퍼니는 오는 2032년까지 전 세계 운용자산의 30%가 사모펀드를 포함한 대체투자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사모펀드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개인들은 포트폴리오의 최대 5%만 사모펀드에 편입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관 투자자와의 격차는 줄어들고 사모 시장은 더욱 보편화할 전망이다.
공모시장을 살펴보면 대형 종목 위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며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추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30% 이상이 소수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비상장 기업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매출이 2억 5000만 달러(약 3460억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은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비상장 기업은 상장 기업에 비해 운영 측면에서 더욱 민첩하고 혁신적이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데 유리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사모 시장은 이 같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준다.
다만 사모 시장 투자는 공모시장과는 다른 ‘페이싱(pacing)’을 요구한다. 사모펀드는 전통적 펀드처럼 즉시 자본이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자산을 분산 투자하며 점진적으로 자산을 회수한다. 이는 투자자가 유동성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 안목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연속형 펀드(Continuation Vehicle) 등 세컨더리 시장의 다양한 자금 회수 옵션도 확장되며 사모 시장 자체의 유연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기일수록 강한 빈티지 펀드가 나온다는 역사적 데이터는 변동성이 큰 시기에 오히려 사모 자산에 대한 꾸준한 배분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준다.
물론 개인 자산에 대한 최적의 배분 비중은 각 투자자의 재무 상태, 투자 기간, 유동성 수용 능력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모 시장은 더 이상 소수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개인들도 이 거대한 시장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