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60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최악
시신 28구 수습…탑승객엔 한국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 2명도 포함
트럼프 “전 행정부 다양성 정책탓”…국방장관 “훈련 중 비극적 실수”
사고 발생지는 美서 ‘가장 복잡한 공항’…관제사 부족 가능성도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지난 29일 밤(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상공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한 뒤 강으로 추락해 탑승객 67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소방당국은 현지시간 29일 밤 8시 53분 쯤 미 워싱턴 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상공에서 아메리칸 항공 PSA 여객기와 비행 훈련 중이던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가 충돌한 뒤 인근 포토맥 강으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블랙호크 헬기에 타고 있던 군인 3명 등 67명의 탑승객 전원이 숨진 곳으로 알려졌다.
추락한 여객기에는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를 비롯한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계 피겨 선수인 16살 지나 한(Jinna Han)과 어머니도 탑승했으며, 또 함께 탑승한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레인의 부친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워싱턴DC의 존 도널리 소방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구조 작전에서 (시신 등의)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워싱턴DC는 물론이며 인근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의 경찰·소방 당국, 국방부, 육군, 해안경비대, 연방수사국(FBI),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 관련 기관이 출동해 밤새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은 춥고 강풍이 불었으며 강 곳곳에는 얼음이 있었다고 도널리 소장은 설명했다.
여객기는 동체가 3조각 난 채로 허리 깊이의 강물에 떨어졌으며, 주변에서는 헬기 잔해도 발견됐다.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여객기와 헬기가 같은 고도에서 비행했던 이유에 우선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국이 탑승자 수색과 사고 조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 책임을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 돌리며 사고를 정치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헬기는 (여객기를 피하기 위해) 수백만 가지의 다른 기동을 할 수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냥 그대로 갔다”면서 “그들(헬기와 여객기)은 같은 고도에 있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군용 헬기가 정기 훈련을 하던 중 “비극적으로 실수가 있었다”며 “어떤 종류의 고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채용할 때 능력보다 인종과 성별, 계층 등의 다양성을 중시한 탓에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한편,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NTSB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객기 블랙박스를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NTSB는 30일 내로 조사 결과에 대해 예비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AP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0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인명 피해가 가장 큰 항공기 사고다.
사고 직후 폐쇄했던 레이건 공항은 이날 정오께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으나 여러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AP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