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주연 손해사정사) 보험은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이지만, 그 구조 속에는 늘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빠르게 확산된 간편심사보험과 유병자보험은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가입 기회를 열어주었지만, 막상 보상 단계에서는 “고지의무를 다했는데도 보험금이 거절된다”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계약자의 성실 여부가 아니라, 약관 문구와 의학적 사실을 어떤 기준으로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가입 당시 성실하게 답변했다고 생각하지만, 보험사는 지급 심사 단계에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분쟁이 본격적으로 발생한다.
[사례]
J씨는 가입 당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어 청약서상 질문 항목에 성실히 답했다. 하지만 1년 후 갑작스러운 흉통으로 병원을 찾았고, 관상동맥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J씨는 당연히 보험금 지급을 기대했으나, 보험사는 “해당 질환은 이미 존재했거나 위험이 증가한 상태였으므로 ‘보험기간 중 진단확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지급을 거절했다. 고지의무 위반이 전혀 없었음에도 ‘진단 시점’을 둘러싼 해석 차이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J씨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간편보험에 가입한 다수의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겪고 있다. 예컨대 가입 전 협심증으로 단순 추적 관찰만 했던 가입자가 이후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보험사는 이를 “기존 질환의 연장선”이라 주장하며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자가 느끼는 박탈감은 크다. 성실히 고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점을 이용당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해석에 제동을 걸고 있다. 감독기관은 기존 병력이 있더라도 이미 요율 산정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단순히 기왕증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보장을 배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약관 문구가 실제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충분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간편보험·유병자보험은 분명 사회적 취지를 가진다. 고령자와 유병자에게도 최소한의 보장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그러나 실제 분쟁 현장에서는 제도의 본래 목적과 달리, 보험사가 약관을 좁게 해석하며 지급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는 “고지만 충실히 하면 보장이 된다”는 믿음으로 가입했으나, 정작 보장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히는 것이다.
또한 보험사는 계약자가 충분히 알기 어려운 의학적 세부 기준을 근거로 지급을 거절한다. 계약자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이미 있었던 질환”이라는 해석이 덧씌워진다. 결국 정보 비대칭이 분쟁을 키우는 것이다.
고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보험금이 거절되는 이유는 단순히 계약자의 성실 부족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모호한 약관 문구, 보험사의 자의적 해석, 그리고 질환별로 상이한 진단 기준에 있다. 따라서 가입자는 단순히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약관의 핵심 문구와 보장의 범위를 미리 살펴야 한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보험금 분쟁은 기록과 해석, 그리고 경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정직하게 가입한 계약자가 정당한 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객관적 자료와 법적 원칙에 근거한 대응이 필요하다. 결국 분쟁을 해소하는 과정은 소비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공정해야 하며, 그 과정이 건강한 보험문화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프로필] 김주연 손해사정사
- 現) ㈜손해사정법인더맑음 대표
- 現) ㈜FA Hub보장컨설팅 전문강사
- 前)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 前) 마에스트로 법률사무소
- 前) ㈜에이플러스손해사정
- 사)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 사) 한국보험법학회 종신회원
- 사) 자영업소상공인중앙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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