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과 삼권분립

2024-10-07

의뢰인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자체의 계획 단계를 통과하게 되면 남은 건 실무적인 행정처분만 남게 되어 사업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계획 단계에서 지자체의 행정을 취소할 수 있는 행정소송이 가능한지 물어왔다.

민간인으로서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할 때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있다. 행정심판은 행정부 내에 위원회를 두어 스스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바로잡는 방법이고, 위법한 처분에 대해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 판단을 받는 것은 행정소송으로 형식상 큰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고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업주 입장에서 처분의 당사자가 되고 이러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처분을 한 행정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아파트, 쇼핑몰, 골프장, 공장 등을 짓기 위해 도시 계획 등 행정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있다. 위 의뢰인처럼 주민 입장에서는 해당 시설과 그 계획을 반대해 이를 무산시키고자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법적 쟁점이 있지만, 행정 계획도 처분이 될 수 있고, 인근 주민도 그 행정 계획의 이해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이에 인근 주민이 행정 계획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고, 뉴스 보도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행정 계획을 무산시킨 사법부의 판결 사례를 들어 우리도 행정소송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의뢰인에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의 나라로, 행정 계획을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심사해 재량권 위반이라며 계획을 뒤집는다면, 실제 사법부의 행정 계획이 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 사법부가 행정청 계획 내용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행정 계획에 이의가 있는 주민이라면 무엇이 위법한지 그 절차에 관한 점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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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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