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이노텍이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핵심 공정 장비 투자를 개시했다. SK와 삼성이 뛰어든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 LG도 참전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구미 공장에 반도체 유리기판 시생산 라인 구축하기 위해 장비 구매 발주를 냈다.
유리에 구멍(홀)을 뚫어 신호를 전달하는 글라스관통전극(TGV)과 같은 반도체 유리기판 핵심 공정을 우선해 주요 장비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이 후발주자여서 그런 지 시생산 라인 구축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시생산이지만 향후 양산 라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LG 이번 투자에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LG이노텍이 유리기판 관련 설비 투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올해 초 CES와 최근 주주총회에서 “연말부터 유리기판을 시생산하겠다”고 밝혔는데,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미를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유리기판 생산 기지로 점찍은 건 기존 기판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리기판이 최종적으로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 적용되는 만큼, 반도체 및 패키징 생산과의 협업이 중요해서다.
LG이노텍은 구미 공장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라인을 뒀다. 향후 반도체 유리기판의 고객 확보와 기판 활용 범위를 넓히는데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LG이노텍은 지난달 25일 경상북도 및 구미시와 협약(MOU)을 통해 6000억원 규모 투자를 공식화한 바 있다. LG이노텍 구미사업장에 반도체 유리기판 및 FC-BGA, 고부가가치 카메라 모듈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LG이노텍의 이번 투자로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을 둘러싼 국내 대표 기업 간 경쟁 구도도 명확해졌다. 국내 전자 산업을 대표하는 SK, 삼성, LG가 맞붙게 됐다.
앞서 SK는 SKC자회사 앱솔릭스가 미국 조지아에 시생산 라인을 조성했다. 유리기판 성능 고도화와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대량 양산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은 삼성전기가 세종 사업장에서 2분기부터 시생산 라인을 가동한다. LG이노텍이 연말 시생산 라인을 운용하면 글로벌 빅테크나 반도체 기업 등 고객 확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