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플러스글로벌이 반도체 중고 장비 매매에서 부품 분야로 사업을 다변화한다. 반도체 구형(레거시) 공정 생태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 만나 “중고 반도체 장비용 부품 거래 플랫폼인 '세미마켓'을 오는 6월 1차 오픈할 계획”이라며 “12월에는 외부 파트너사와 함께 규모를 확대해 2차 오픈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김 대표가 지난 2000년에 설립한 반도체 중고 장비 유통사다. 8인치 웨이퍼 기반 28나노미터(㎚) 이상 레거시 반도체 장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매입한 뒤 DB하이텍·TSMC·SMIC·글로벌파운드리스 등에 매각한다. 6만대 이상 중고 장비를 약 6000개 기업에 제공했다.
회사는 레거시 반도체 공급망 위기 대응 차원에서 부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레거시 반도체는 7㎚ 이하 첨단 제품과는 거리가 있지만, 차량용과 통신용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레거시 반도체 장비는 출하량이 적어 수급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가 이익률이 높은 초미세 공정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레거시 장비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해 유지·보수에 문제가 생기면 8인치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고, 이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김 대표는 “레거시 반도체 장비 부품은 이베이에서 한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으로, 시장 구조가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앞으로 8인치 반도체 공장이 향후 30년 이상은 더 운영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원활한 부품 조달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6월부터 세미마켓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부품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부품 종류가 워낙 방대한 만큼 DB 구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그간 레거시 반도체 장비 매매 이력을 기반으로 현재까지 4000개 이상의 부품을 확보했다. 외부 파트너사가 참여하는 연말에는 10만개, 향후에는 100만개 이상으로 품목 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레거시 공정 생산 라인을 보유 중인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서 세미마켓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연말에는 5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세미마켓 오프라인 공간인 '파츠 몰'을 구축하기 위해 500억원을 투자, 경기 용인시 처인구 본사에 1만2000평 규모 건물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완공 예정으로, 이중 8000평을 파츠 몰로 운영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세미마켓은 세계 최대 규모의 부품 쇼핑센터가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부품 사업만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용인=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