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취소 윤 대통령 앞 세 갈림길

2025-03-09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 52일 만에 서울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구속 취소 첫날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남쪽 탄핵 반대 집회장에서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반면에 안국역 인근 탄핵 찬성 집회장에서는 탄식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반탄파' 진영은 구속 취소로 헌법재판소에서도 극적 반전이 일어날 거라 기대하고, '찬탄파' 진영은 파면과 재구속을 외치고 있다. 구속 취소 이후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지 광장의 대립은 더 격렬해지고, 분열의 골은 더 깊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 나라가 찬탄파와 반탄파로 쫙 갈려 검찰·법원·공수처·헌재의 판단 하나하나에 이렇게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석방된 첫날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 도착하자 자식같이 아끼던 반려견들을 안아줬다. '소울 푸드'처럼 좋아하는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했다니 윤 대통령은 모처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느꼈을 듯하다. 구금 기간 윤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해 직접 변론했지만, 구치소에서 대화 상대 없이 혼자 지낸 시간이 평생 어느 때보다 길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관저에 도착하자마자 봇물 터지듯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귀속 취소 첫날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공개한 서울구치소 수감생활의 뒷얘기들이 자못 놀랍다.

분열 촉매제냐, 밀알이 될 거냐

헌재 판단 전 개헌 및 용퇴 천명

'제2의 6·29'로 재평가 받을 기회

대통령실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은 "건강은 이상이 없다. 잠을 많이 자니 더 건강해졌다"고 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하고 사법시험 9수까지 버틸 정도로 여유만만했던 낙천적 면모가 엿보인다. 지난 1월 15일 체포영장 발부 직전 윤 대통령은 "2년 반을 더 해서 무엇하겠나" "들어가는 것이 마음 편하다"며 담담하게 심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찬탄파와 반탄파로 갈려 추운 겨울 광장으로 몰려나온 국민은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 관저로 돌아온 첫날 밤에 숙면했을지, 이런저런 걱정으로 뒤척였을지 궁금해진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는 대통령이 가도 배울 것이 많은 곳"이라며 "성경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진리를 깨닫고 마음의 자유를 얻었을까, 대통령으로 복귀하면 나라를 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을까.

이제 형사사건의 구속 취소와는 별개로 헌재의 탄핵심판 결론을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 앞에는 몇 가지 갈림길이 놓여 있다. 첫째, 위헌적 계엄 책임을 물어 파면당하고 내란 혐의 피고인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길이다. 이 경우 헌재에서 파면당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민간인 신분이기에 명태균이 폭로한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둘째, 헌재에서 면죄부를 받아 대통령으로 복귀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내란 사건 재판을 받는 길이다. 이 경우 계엄으로 신뢰와 권위가 흔들린 상태에서 제대로 영(令)이 설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 헌재 판단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용퇴 계획을 천명하고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지금처럼 정치적 진영 대립이 극심한 상태에서 탄핵이 반복되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불행한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계에 봉착한 '87 헌법'의 결함과 사각지대를 조속히 바로잡아 '제7공화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 각계 의견이 수렴된 개헌안을 발표하고,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한 뒤 사퇴하는 정치 일정을 제시하면 어떨까. 1987년에 정치적 혼란을 돌파한 노태우처럼 '제2의 6·29선언' 같은 결단을 한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이제 더 얻을 것이, 더 잃을 것이 무엇인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취해 국론 분열의 촉매제가 될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자신을 던져 대한민국을 새롭게 할 밀알이 될 것인가. 구속 취소를 정적에게 복수할 퇴행의 시간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선용할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