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51〉교육당국이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한다

2025-11-17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다. 수능이 끝난 후 과목별 난도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교육 당국은 난도를 높여 출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험생들은 '불수능'일 정도로 어려웠다고 체감한다. 시험 문제를 풀어 본 학원 강사들도 입시 커뮤니티에 문제 난도가 높다고 앞다퉈 말한다.

왜 동일한 시험 문제를 놓고 교육당국과 수험생, 학원가의 시각이 다를까. 언론 보도대로, 출제 당국은 문제를 어렵게 내지 않았는데, 수험생 학력 수준이 낮아 어렵게 느껴진걸까. 김창원 2026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은 언론과 통화에서 “올해 수능은 지원자 수 상당수가 재학생이고 의대모집 인원 동결로 최상위권 엔(N)수생이 수능에 참여하지 않아 수험생 체감 난도가 더 높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수험생이 문제를 어렵게 느낀 것은 응시자 중 상당수인 재학생이나, 최상위권이 없는 N수생 모두 학력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들린다. 문제가 어려웠다고 탓하지 말고, 수험생 학력 수준이 낮은걸 탓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 말은 현재 상당수 수험생과 학부모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그 이상을 준비한 수험생에게 출제위원장이 공식적으로 할 말은 아닌듯 싶다.

수능 당일 과목이 종료될 때마다 교육부가 출제경향을 발표한다. 당시 교육부는 국어, 수학은 작년과, 영어는 9월 모평과 난도가 동일하다고 발표했다. 실제 과목이 종료된 직후 대부분 언론은 2026학년도 수능 국어, 수학 '지난해와 난이도 동일'이라고 기사를 쏟아냈다. 수험생이 시험장에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은 교육부 발표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후가 지나면서 학원가, 수험생에 의해 수능 문제가 작년 대비 어려웠다는 말이 많자 기사방향이 '작년보다 어려웠다'라고 바뀌었다.

매년 수능이 종료되면, 교육 당국은 문제 난도에 대해 평이하다고 말한다. 문제가 평이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때도 교육당국은 평이하다고 말한다. '킬러문제도 없다'고 말한다. 정말 없을까. “킬러 문제는 없지만, 상위권 변별력을 요하는 문제는 있었다”라고 교육당국은 말한다. 이건 또 뭔말인지. 킬러문제하고 상위권 변별력을 요하는 문제가 서로 다른건지.

특히 올해 수능은 영어도 어려웠다고 한다. 수능에서 영어는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해서 절대평가로 전환한 과목이다. 올해는 90점 이상을 받은 1등급이 3.6~4%대로 전망된다. 적정 난도일 경우 1등급 비율은 6~8% 정도다.

학생들 영어 실력은 다른 과목에 비해 부모 경제력과 관련이 많다. 어렸을 때, 외국에 나가고, 국제학교를 다닌 학생이 영어 실력이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 외국에 있거나 국제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은 부모 경제력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영어 문제를 어렵게 내면 영어 교육을 보다 더 많이 받은 학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다시 사교육을 조장하는 셈이다. 수능 출제위원장은 영어 1등급 비율이 얼마 되는지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수험생이 많아 변렬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를 어렵게 낼 수 있다. 문제는 왜, 수능 후 교육당국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지다. “수험생이 많은 상황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정확한 수학(修學)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다소 어렵게 출제했다”라고 말하면, 더 이상 논란의 여지도 없을 거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교육당국이 더 이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말로, 누구보다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는 수험생을, 수험생의 학부모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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