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제일의 클라우드 사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해 1076억 달러(약 156조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19%의 고성장이었다. 아마존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고성능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 올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관련 시장이 이미 엄청나게 클 뿐만 아니라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의 시장 예측 기관은 데이터센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16.5% 성장해, 2032년에는 2조 30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기도 하다.
AI 붐에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
에너지·환경오염 등 장벽 많아
위성처럼 지구궤도에 띄우면
님비·에너지 걱정 필요 없어
대형 데이터센터 설치의 어려움

그런데 AI 컴퓨팅 수요 폭증에 따른 많은 수의 고성능 데이터센터 설치 수요에는 현재 심각한 난관들이 있다. 첫째는 엄청난 양의 전력 수요 증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량 대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2022년 2% 정도였으나, 2026년에는 2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막대한 양의 전력 수요는 필연적으로 발전 시설의 추가 건설을 가져오고, 이는 탄소 중립을 지향하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게다가 설치 지역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으면 지역 주민들의 심상치 않은 반발에도 시달리게 된다. 둘째로는 컴퓨팅 시스템의 냉각에 필요한 과도한 물 사용이 설치 지역의 물 사정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국지적 물 부족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글로벌 상황 속에 과도한 물 사용이 환영받을 일은 아닐 것이다. 셋째는 냉각시스템으로부터 나오는 대량의 열 때문에 열섬 현상이 생기기도 하고 높은 온도의 물이 강이나 바다로 배출되면서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등 환경문제도 있다. 이처럼 불편해지는 여러 상황 때문에 일종의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이 나타나,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장소 확보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도 설치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과학기술로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이뤄가고 있는 최신 우주기술을 활용하면 이 난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지구궤도에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방법이다. 필요 전력은 우주 속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면 된다. 바로 우주태양광 발전을 통한 현장자원활용(ISRU·In-Situ Resource Utilization)으로, 환경친화적이며 지구의 탄소 제로화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우주에서 컴퓨팅 때 발생하는 열은 데이터센터 위성 내부의 히트파이프 시스템을 통해 외부 열 방사판으로 끌어내, 절대온도 0도의 심우주로 방사하면 냉각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지구상의 수자원 절약과 수상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을 주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시스템이다.
난관이 없지 않다. 엄청난 크기와 무게의 컴퓨터 서버와 대량의 태양전지판을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쉽지 않다. 상당히 큰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해결책은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에 사용한 방법처럼 데이터센터 위성을 모듈별로 제작해, 궤도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우주데이터센터 개발전략

많은 수의 서버와 태양 전지판은 수백㎏ 정도의 무게로 모듈화하여 발사한다. 로켓에 의해 천이궤도에 올려진 모듈들은 우주예인선에 의해 운용궤도에 올려지고 조립될 것이다. 유지 보수를 위한 예비모듈을 궤도에 올려진 우주창고에 보관하면, 신속한 모듈 교환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많이 출현하고 있는 우주예인선 스타트업들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모듈의 발사에는 스페이스X의 팰컨 9과 같은 저렴한 대형로켓을 사용하면 된다. 현재 시험발사 중인 스타십 로켓이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하면 더욱 저렴한 발사 비용으로 경제적인 우주데이터센터 구축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위성 제작 가격도 더 저렴해져야 한다. 현재 일반적인 저궤도 탐사 위성의 경우 제작비가 2억~3억 달러에 달하는데, 스타링크 위성들처럼 대폭 저렴해져야 한다. 퀄리티스페이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260㎏ 질량의 스타링크 버전 1.0의 위성 1기 제작비가 20만 달러 수준이다. 위성 간 레이저 통신 장치도 갖춘 800㎏의 버전 2 미니는 80만 달러 정도다. 1.5~2.0㎏ 수준의 상당히 큰 스타링크 버전 2도 120만 달러 정도로 제작할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위성의 서버 모듈들에도, 스타링크 위성처럼 중요 부품에 중복설계 개념을 적용해 우주방사선 등의 혹독한 우주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으면서도 가성비 높은 컴퓨터가 되도록 설계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렇게 지상 데이터센터와 융합된 우주기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비교적 저렴하게 구현되면 태양광 발전을 통한 무제한의 전력사용으로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게 되어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으며 장차 거대한 산업 분야로 성장할 것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더이상 공상과학(SF)이 아니다. 유럽우주국은 최근 타당성 연구를 통해 우주데이터센터 분야로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고, 아마존도 이쪽으로의 진출 의사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루멘 오빗이라는 스타트업까지 우주 데이터위성을 궤도에 올리려 한다는 외신도 들려왔다. 우주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거대 시장을 가진 분야와 혁신적 우주기술이 융합하는 것이 그 첩경이다. 대한민국도 빨리 나서야 한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